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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세스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by 유훈식 교수
성숙해온 전통 디자인 프로세스

오늘날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하고 체계화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Double Diamond)과 디자인 씽킹 5단계 프로세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영향을 받은 애자일(Agile) 방법론과 린(Lean) UX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단계와 원칙을 정립하여 디자인 업무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각 모델의 간략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4단계):

영국 디자인공의가 제안한 이 모델은 문제 정의부터 솔루션 도출까지 문제 영역과 해결책 영역으로 나누어 발산(Divergent)과 수렴(Convergent)을 두 번 반복하는 구조다. 발견(Discover) → 정의(Define) → 개발(Develop) → 전달(Deliver)의 4단계를 거치며, 문제를 폭넓게 탐색한 후 핵심 문제를 정의하고, 다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한 뒤 최적의 해법을 구현한다. 이렇게 구조적인 방식은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의 나침반이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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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 프로세스(5단계):

스탠퍼드 d.school과 IDEO 등이 체계화한 인간중심 디자인 방법론으로, 공감(Empathize) → 문제 정의(Define) → 아이디어 발상(Ideate) → 프로토타입(Prototype) → 테스트(Test)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문제 재정의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면서 솔루션을 개선해나가는 반복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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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방법론: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출발한 방법론이지만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에도 널리 도입되었다. 방대한 계획을 세워 한 번에 완성하기보다 짧은 개발 주기(스프린트)를 반복하면서 그때그때 피드백을 반영해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요구사항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디자이너·개발자·PM 등이 긴밀히 협업하는 것을 중시한다. 디자인 관점에서는 초기부터 디자인이 개발 주기에 통합되고, 사용자 피드백에 따라 디자인을 자주 수정 보완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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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UX:

스타트업의 린(Lean) 철학을 UX 디자인에 접목한 방법론이다. 문서 작업을 최소화하고 대신 가설 설정 → 실험 → 학습의 반복을 통해 빠르게 제품 가설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둔다. 완벽한 결과물보다는 MVP(최소기능제품)를 신속히 만들고 실제 사용자 반응을 보면서 개선해 나가는 접근법으로, 팀의 모든 구성원이 사용자 경험 향상에 책임을 지고 협업한다.

이상의 디자인 프로세스들은 각기 방식은 달라도,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탐색하며 프로토타입과 테스트를 반복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처럼 체계화된 프로세스 덕분에 디자인 분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일관된 틀을 가져왔고, 디자이너들은 이를 지침 삼아 효율적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러한 익숙한 프로세스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AI 등장으로 인한
디자인 프로세스 패러다임 변화

생성형 AI의 부상은 디자인 프로세스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AI를 그저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 정도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으나, 이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생성형 AI는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를 바꿔버릴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를 외면하고서는 디자이너로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AI는 디자인 작업의 방식과 단계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AI 도구의 도입은 디자인의 모든 과정에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히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용자 경험 개선까지 모든 단계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다시 말해, 문제 정의, 리서치, 아이디어 발상, 프로토타이핑, 사용자 테스트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를 통합함으로써 이전보다 높은 생산성과 자동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속도와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프로세스의 형태 자체도 재구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 인간 디자이너의 새로운 협업 패턴 속에서 디자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인간-AI 공동 창작 루프 모델

AI 시대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선형 단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루프에 가깝다는 관점도 떠올랐다. 특히 창의적인 작업에서는 인간과 AI가 번갈아가며 상호작용하는 공동 창작 루프(Co-creation loop) 모델이 주목된다. 이것은 마치 무한대(∞) 형태의 루프를 그리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다. 루프의 한쪽에서는 인간 디자이너가 영감과 판단력을 제공하고, 다른 쪽에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생성 능력을 제공한다. 이렇게 각자의 강점을 살려서 인지하고(perceive), 사고하고(think), 표현하고(express), 테스트(test)하는 사이클을 함께 돌린다는 개념이다. 실제 사례를 떠올려보면, 디자이너가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면 AI가 그것을 여러 스타일의 완성된 이미지로 변주해주고, 다시 디자이너가 그중 마음에 드는 방향을 골라 세부를 수정한 뒤, AI한테 "이렇게 개선해줘"라고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번갈아 가며 창작하는 흐름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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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AI 협업 루프에서 중요한 것은 “Collaboration” 단계다. 단순히 인간이 지시하고 AI가 결과를 내는 일방향 관계가 아니라, 중간중간 AI의 제안에 인간도 자극을 받고 방향을 선회하기도 하며, 인간의 피드백에 AI도 결과물을 조정하는 양방향 시너지가 일어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디어는 계속 순환하며 진화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건축 디자인을 한다고 가정하면, AI가 새로운 형태의 구조를 몇 가지 생성해주면 인간 디자이너가 그중 미묘한 미감을 조정하고 실용적인 제약을 반영한다. 그 수정된 안을 또 AI가 받아 재빠르게 구조적 안정성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거나, 추가 변형을 제안한다. 그렇게 테스트와 피드백 루프를 빠르게 돌면서 최종 설계안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빅데이터와 시뮬레이션으로 인간이 놓치기 쉬운 통찰을 주고, 인간은 맥락과 직관으로 AI가 간과하는 요소를 잡아준다 이러한 공동 창작 루프 모델은 창의성 영역에서 인간과 기계가 각각의 장점을 발휘하여 협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로 확장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

디자인 씽킹을 상징하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은 한때 혁신적이었지만, AI 시대를 맞아 그 모양이 변형되고 있다. 전통적인 더블 다이아몬드는 문제 공간(첫 번째 다이아몬드)과 해결책 공간(두 번째 다이아몬드)으로 나뉘어, 확산적 사고(다이아몬드가 벌어지는 부분)와 수렴적 사고(다이아몬드가 좁아지는 부분)를 한 번씩 거치는 구조다. 이 과정은 문제를 충분히 탐색한 뒤 올바른 해결책을 정의하도록 도와주며, “문제 탐색 – 문제 정의 – 해결책 탐색 – 해결책 정밀화”의 4단계로 요약된다. 하지만 AI의 도입으로 이 구조의 스케일이 달라지고 있다. AI는 발산 단계(문제 탐색, 해결책 탐색)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 즉, 인간이 시간과 자원 한계로 과거에는 몇 개만 생각해보던 대안들을 이제 AI를 통해 수십, 수백 가지로 넓게 펼쳐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블 다이아몬드의 첫 번째 다이아몬드(Discover/Define 단계)에 AI를 활용하면, 문제 공간의 탐색 범위가 크게 확장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사용자 인터뷰 몇 건과 리서치로 주요 페인포인트를 찾아냈다면, 이제는 AI를 이용해 방대한 정성 데이터 분석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다. 자연어 처리 AI는 수백 개의 고객 리뷰나 포럼 글을 읽고 주요 불편 주제를 자동으로 묶어낼 수 있고,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숨은 니즈까지 찾아낼 수 있다. 그 결과 문제 정의 단계에서 더 다양한 관점과 인사이트가 도출된다. 두 번째 다이아몬드(Develop/Deliver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덕분에 아이디어 발산의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예컨대 시각 디자인에서 Midjourney나 DALL-E 같은 모델은 몇 초 만에 다양한 스타일의 시안 수십 개를 만들어준다. Galileo AI 같은 툴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UI 화면 초안들을 술술 뽑아내기도 한다. 과거라면 한두 명의 디자이너가 몇 시간에 한 가지 시안을 만들었겠지만, 이제 AI가 순식간에 다채로운 초기 시안을 제시하니, 인간 디자이너는 가능성이 높은 방향을 고르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결국 AI는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의 초반 발산과 후반 발산을 모두 가속하고 범위를 넓혀준다. 디자이너는 예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자료와 솔루션을 빠른 시간에 접하고 선별해야 하며, 그만큼 문제 설정을 제대로 하고 아이디어를 큐레이션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AI-Inclusive UX Process

AI 시대의 제품 디자인에서는 UX 디자이너의 역할과 작업 방식 역시 새로운 프로세스가 요구되고 있다. AI-Inclusive UX Process란 말 그대로 AI를 포용하는 사용자 경험 프로세스로서, 기존 UX 프로세스에 AI 개발 사이클을 통합한 모델이다. 이 프로세스는 구글 PAIR 팀의 조언이나 업계 전문가들의 제안을 토대로 등장했으며, Greg Nudelman 등이 주창한 개념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AI는 이제 우리가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특별한 존재이므로, UX 프로세스에도 새로운 사고방식과 빠른 피드백 주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UX 디자인은 문제 정의,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테스트의 선형 단계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많은 시행착오와 반복이 있었다. AI-Inclusive UX 프로세스에서는 이러한 반복주기를 더욱 공식화하여, AI 기술 검증 단계를 디자인 사이클 내에 주기적으로 삽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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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디자인 초기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 AI “스파이크”(Spike)라고 부르는 작은 기술 실험을 수행한다. 스파이크란 애자일 용어로 아주 짧은 기간의 프로토타입 코딩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거칠게 확인해보는 작업을 말한다. 디자인 팀은 종이 스케치나 목업만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혹은 프로토타입 개발자가 간단한 파이썬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시험하여 “이 AI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가?”를 빠르게 점검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AI 출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조기에 알 수 있고, 만약 불가능하거나 한계가 있다면 디자인 방향을 그에 맞게 수정한다.


이 프로세스의 핵심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아이디어 -> UX 디자인 -> AI 스파이크 -> 사용자 테스트 -> 피드백 -> 아이디어 조정. UX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을 구상하지만, 동시에 AI 모델과 데이터도 하나의 디자인 재료로 다룬다.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이 기능을 구현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지?”, “현재 AI 모델의 성능으로 이게 가능할까?”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얻기 위해 기술팀과 협업해 짧은 주기의 실험을 한다. 예컨대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면, 가짜로라도 AI 모델을 넣어보거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모의 결과를 만들어본다. 이를 병행함으로써, UX와 AI 개발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궤도에서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피드백은 늘 중앙에 위치한다. AI-Inclusive 프로세스는 짧은 반복(iteration)을 돌 때마다 사용자들에게 시제품을 테스트하며, 초기부터 빈번하게 유저 의견을 수렴한다. 오히려 AI가 들어감으로써 사용자 테스트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AI의 동작 방식은 때로 예측 불가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새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토타입을 통해 사용자가 AI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는지, 충분한 신뢰와 이해를 갖는지를 살펴보고 디자인에 반영한다.


AI-Inclusive UX 프로세스를 거치며 UX 디자이너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긴다. 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히 화면의 사용성을 챙기는 것을 넘어, 사용자-비즈니스-기술을 잇는 접착제(glue) 역할을 더욱 강하게 부여받는다. AI라는 새로운 기술 요소가 디자인에 포함됨에 따라, 디자이너는 기술 자체에 대한 리서치도 일부 수행하고, 기술팀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사용자 관점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AI 기술이 아직 완전히 정형화되지 않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Inclusive UX 프로세스는 “기술 그 자체도 디자인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디자이너에게 더 넓은 시야와 빠른 적응력을 요구한다.

AI 주도 발산과 인간 주도 수렴:
‘Train-Develop-Iterate’ 모델

벨기에 컨설팅 회사 Board of Innovation에서 제안한 “스팅레이(Stingray) 모델”, 즉 Train-Develop-Iterate 3단계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다. 이 모델은 더블 다이아몬드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AI 시대의 새로운 프레임워크로 언급되고 있으며, AI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인간의 통제를 결합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각각의 단계는 영어 단어 그대로 “학습(Train) – 개발(Develop) – 반복개선(Iterate)”의 의미를 가진다. 핵심 개념은 AI가 발산적 탐색을 주도하고, 인간이 수렴적 검증을 주도한다는 협업 원칙이다. 색상으로 표현된 다이어그램을 보면, 연한 색 부분은 AI 주도 영역을, 짙은 색 부분은 인간 주도 영역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AI의 역할이 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인간의 비중이 커지는, 이상적인 업무 분업 곡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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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Train 단계에서는 목표 설정과 인텔리전스 수집이 이뤄진다. 프로젝트 팀은 풀고자 하는 문제의 범위와 성공 지표를 명확히 정의하고, 내부 데이터와 시장 트렌드, 사용자 행동 데이터 등을 대량으로 수집 및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해당 도메인에 특화된 AI 모델(챗봇이든, 예측 알고리즘이든)을 준비하는데, 이 모델은 방대한 입력을 토대로 잠재적 문제 영역과 솔루션 방향을 초기 출력으로 제시하게 된다. 쉽게 말해, 과거엔 사람 팀원들이 브레인스토밍으로 몇 가지 문제 가설을 세웠다면, 이제는 AI가 수십 개의 가설을 한꺼번에 만들어내고 분류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된 AI를 활용하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더 넓고 깊은 현실 정보에 기반한 문제 정의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Develop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문제 및 해결책 탐색이 동시에 일어난다. 전통적인 디자인 씽킹에서는 “올바른 문제를 찾은 후 해결책을 찾자”는 흐름이지만, 스팅레이 모델에서는 AI 덕분에 문제 공간과 솔루션 공간을 병렬로 탐색할 수 있다. AI는 훈련된 모델을 기반으로, 정의된 문제 영역 안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설과 아이디어를 폭넓게 생성해낸다. 이는 마치 확산적 사고를 기계가 대행해주는 셈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 주도 아이데이션은 다른 방법들보다 아이디어의 질과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팀은 이렇게 생성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AI를 활용해 유사한 것끼리 클러스터링하고, 가치가 높을 것 같은 무리를 찾아낼 수 있다. 동시에 이 단계에서 인간 디자이너와 도메인 전문가들도 워크숍에 참여해 AI 출력물에 대해 평가와 보충을 한다. 즉, AI의 브레인스토밍과 인간의 브레인스토밍을 교직하여, 과제에 대해 가능한 해결책의 지형도를 그린다. 결과물은 매우 폭넓은 솔루션 후보군과 그에 대한 초기 평가(어떤 것이 유망한지)에 대한 분류된 리스트다. 이때 이미 AI는 각 솔루션마다 간단한 프로토타입 이미지나 설명, 기술적 타당성 추정까지 첨부하여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팀은 곧바로 다음 단계에서 실험해볼 상위 후보들을 선정할 수 있다.


마지막 Iterate 단계에서는 인간이 전면에 나서 아이디어의 검증과 개선을 반복한다. 앞 단계에서 추려낸 몇 가지 솔루션에 대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실사용자 테스트나 인터뷰를 통해 바로 피드백을 얻는 실험을 진행한다. 또한 AI를 활용한 합성 테스트(synthetic testing) 기법도 도입되는데, 이는 실제 사용자 대신 AI 모델이 사용자 역할을 하여 미리 반응을 예측해보는 테스트다. 예를 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면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를 예측해보는 식이다. 이러한 인간 주도 검증 + AI 보조 실험을 통해 각 솔루션의 실현 가능성(feasibility), 사업 타당성(viability), 사용자 매력도(desirability)를 빠르게 점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검증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전통 프로세스라면 사용성 테스트를 통과해도 나중에 비즈니스 모델에서 막히거나, 기술 구현 단계에서 막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Train-Develop-Iterate 모델에서는 초기부터 다각도로 검증된 아이디어만 남도록 하여, 성공률을 높인다.


Train-Develop-Iterate 모델의 장점은 시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AI를 활용함으로써 아이데이션에 소요되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인간은 그 에너지를 더 어려운 문제에 대한 판단과 크리에이티브한 의사결정에 쏟을 수 있다. 또한 진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가 제거되므로(예: 만들 수도 없는 아이디어에 시간 낭비하지 않음), 전체 프로세스의 속도가 빨라진다. 실제로 이 모델을 도입한 팀들은 시장에 더 빨리 도달하고 실패 확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고하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혁신 투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AI가 초반 발산을 책임지고 인간이 후반 수렴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을 통해 디자인과 혁신을 가속하는 것이 이 모델의 목표다.

Conversation/AI Design Sprint
(Google People + AI Guidebook 기반)

디자인 스프린트는 본래 7일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 구상부터 프로토타입 제작, 사용자 테스트까지 해내는 집중 워크숍 방식이다. AI 시대에는 이 스프린트 개념이 AI 제품에 맞게 응용되고 있다. Conversation/AI Design Sprint란 사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제품(예: 챗봇, 음성 비서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디자인 스프린트를 말한다. 구글의 People + AI 가이드북이 제시하는 원칙들을 기반으로, AI 디자인 스프린트는 인간 중심적이고 문제에 적합한 AI 활용 방향을 찾는 데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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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세스에서 팀은 디자이너, 제품 매니저는 물론 데이터 과학자와 AI 엔지니어까지 한데 모여 짧은 기간 내에 아이디어를 탐색한다. 처음에는 사용자 니즈와 AI의 강점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한다. 사용자 문제가 무엇인지 공감 단계를 거친 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어떤 독특한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지 가이드북의 프레임워크에 따라 정의한다. 예를 들어 People+AI 가이드북에서는 AI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AI가 개입할 적절한 사용례(use case)를 찾도록 조언한다. 이를 위해 Jobs-to-be-Done이나 사용자 여정 맵 같은 도구와 함께, AI 아이디어 발상을 돕는 AI 캔버스나 AI 프롬프트 카드 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용자 요구와 AI 역량의 교차점을 찾아내면, 그에 맞는 해결책 컨셉을 구상하고 신속히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AI 디자인 스프린트의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는 일반 UI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AI의 작동을 흉내내는 Wizard-of-Oz 기법이나 간단한 ML 모델을 써보는 식으로 AI 기능의 개념 증명을 함께 진행한다. 이를 통해 AI의 응답이나 예측이 사용자 경험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조기에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7일 차에는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여 아이디어의 유효성을 확인한다. 이때 사용자가 AI와 상호작용하며 느끼는 신뢰감, 이해도, 피드백 등을 면밀히 관찰하여 향후 개선 방향에 반영한다. 전체 스프린트 과정에서 People + AI 가이드북의 원칙 – 예컨대 “AI는 사용자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 “오작동 시 대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 – 을 체크리스트 삼아 고려함으로써, 결과물이 책임감 있고 인간중심적인 AI 디자인이 되도록 한다.


AI 시대 디자인 프로세스의 방향

지금까지 AI 시대에 대두된 새로운 디자인 프로세스들을 살펴보았다. 요약하자면, AI 디자인 스프린트는 단기간 내에 AI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검증하며, AI-Inclusive UX 프로세스는 UX 디자인에 AI 개발 사이클을 통합함으로써 기술과 사용자를 잇는다. AI로 확장된 더블 다이아몬드는 문제와 해결 탐색의 폭을 넓혀 더 많은 가능성을 다루게 하고, 인간-AI 공동 루프 모델은 창작 과정을 인간과 AI의 지속적 대화로 재해석한다. 그리고 Train-Develop-Iterate 모델은 발산과 수렴의 전통적 흐름을 AI와 인간의 최적 협업 구조로 재편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AI의 강력한 생성 능력과 인간의 창의적 판단력을 결합하여, 더 빠르고 풍부한 디자인을 이루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다. 앞으로도 AI의 성능은 향상이 되어갈 것이고 인간의 활용 방식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하나의 모델로 참고하되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인간에게 보다 유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을 잃지 않고 새로운 AI 기술을 활용하다 보면 가장 최적화된 프로세스 역시 정형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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