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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와 나노바나나는 뭐가 다를까?

by 유훈식 교수
나노바나나의 등장,
미드저니의 아성에 도전하는가?

생성형 AI 이미지 분야는 오랫동안 미드저니(Midjourney)의 시대였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극사실적 이미지부터 환상적인 콘셉트 아트까지, 미드저니는 상상을 시각화하는 능력의 정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5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공개한 '나노바나나(Nano Banana)'가 이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공식 명칭인 '제미나이 2.5 플래시 이미지(Gemini 2.5 Flash Image)'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붙여준 애칭으로 더 유명해진 이 모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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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가 완벽한 '창조'를 지향하는 도구라면, 나노바나나는 정교한 '편집'과 '제어'에 특화된 도구다. 나노바나나는 단순히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기존 이미지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대화하듯 여러 단계에 걸쳐 수정하고, 여러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합성하며, 특정 객체의 일관성을 놀라울 정도로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AI 이미지 생성 시장이 초기 '생성' 중심의 단계를 지나, 전문 디자이너들이 실제 작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정'과 '관리'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모델의 차이를 명확히 알아야 디자이너는 필요와 상황에 맞게 적절히 AI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나노바나나와 미드저니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나노바나나 모델의 특징:
편집과 일관성을 위한 혁신

나노바나나의 강력한 편집 능력은 그 기술적 기반에서 비롯된다. 이 모델은 '다중모드 확산 트랜스포머(Multimodal Diffusion Transformer, MMDiT)'라는 혁신적인 아키텍처 위에 구축되었다. 기존 확산 모델과 달리 자연어 명령에 대한 이해도를 40% 이상 향상시켰다. 이 기술적 우위는 나노바나나의 직관적이고 강력한 기능들로 직접 이어진다. 나노바나나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다중 턴 편집(Multi-Turn Editing)' 기능이다. 이는 사용자가 하나의 이미지를 놓고 여러 단계에 걸쳐 연속적으로 편집을 요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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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빈 방 사진을 업로드한 후 "벽지를 파란색으로 바꿔줘"라고 요청하고, 그 결과물에 "창가에 화분을 놓아줘",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조명을 저녁노을처럼 따뜻하게 만들어줘"와 같이 대화하듯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이전에 수정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청 사항만 정확히 반영한다. 이는 AI가 단순히 픽셀을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의 구성 요소(벽, 창문, 조명 등)를 의미론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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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론적 이해는 나노바나나가 극찬받는 또 다른 기능인 '캐릭터 일관성'으로 이어진다. 나노바나나는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의 얼굴, 의상, 고유한 특징을 매우 높은 충실도로 유지하면서 다른 배경이나 포즈,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별도의 복잡한 설정 없이 모델 자체에 내재된 기능이기에, 스토리보드 제작, 브랜드 마스코트 개발, 패션 디자인 시안 작업 등 일관성이 필수적인 전문 분야에서 압도적인 효율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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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나노바나나는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여러 고급 기능을 제공한다. 두 개 이상의 사진을 하나의 장면으로 완벽하게 합성하는 '이미지 블렌딩', 2D 사진을 순식간에 입체적인 3D 피규어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능, 그리고 한 이미지의 의상을 다른 이미지의 인물에게 사실적으로 입혀보는 '가상 피팅(Virtual Try-on)'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구글 AI 스튜디오나 제미나이 앱 등 접근성 높은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되어 사용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드저니 모델의 특징:
예술적 창조를 위한 진화

미드저니의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술적이고 심미적인 이미지 생성 능력에 있다. 미드저니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특유의 스타일을 가미하여 한 편의 영화 스틸컷이나 예술 작품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 미묘한 감정적 분위기, 추상적인 콘셉트를 시각화하는 데 있어서 미드저니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미드저니의 작업 환경은 '명령어 기반의 공예(Command-Line Craft)'에 가깝다. 사용자들은 --ar(비율), --style(스타일) 등 수많은 매개변수를 조합하여 결과물을 제어한다. 이는 초심자에게는 약간의 학습 곡선을 요구하지만, 숙련된 사용자에게는 세밀하고 깊이 있는 제어권을 부여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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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는 나노바나나의 등장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일관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옴니 레퍼런스(Omni Reference)' 기능과 --ow 매개변수다. 사용자는 참조할 캐릭터 또는 제품 이미지를 프롬프트에 추가하고, --ow (옴니 가중치) 값을 조절하여 참조 강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특히 미드저니 내에서 생성된 캐릭터를 재활용할 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실제 인물 사진이나 디테일이 매우 복잡한 디자인에서는 일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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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버전인 V7에 이르러 미드저니는 사용자의 편의성과 작업 속도를 극적으로 개선하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드래프트 모드(Draft Mode)'는 기존보다 10배 빠른 속도와 절반의 비용으로 저품질의 시안을 생성하여, 본격적인 렌더링에 앞서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대화형 모드(Conversational Mode)'는 AI 어시스턴트가 사용자와 자연어 대화를 통해 복잡한 프롬프트를 함께 구성해주는 기능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용자가 선호하는 이미지를 평가하게 하여 그 미학적 취향을 학습하고 향후 생성 결과에 반영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기능도 도입되었다. 이러한 업데이트는 미드저니가 나노바나나와 같은 사용자 친화적이고 반복 작업에 용이한 모델들의 도전에 맞서, 자신의 핵심 강점인 예술적 품질을 유지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나노바나나와 미드저니 모델의 차이점:
창조와 편집의 근본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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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핵심 철학에서 미드저니는 사용자가 상세한 기획안(프롬프트)을 제시하면 완성된 작품을 제시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에 가깝다. 반면 나노바나나는 사용자의 작업실에서 함께 캔버스를 수정해나가는 '디지털 어시스턴트'와 같다. 미드저니는 종종 사용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해석으로 놀라움을 주지만, 나노바나나는 사용자의 명시적인 지시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 집중한다.


둘째, 작업 흐름(Workflow)이 다르다. 미드저니는 --cref --cw 0 --sref --sw 800와 같이 매개변수 중심의 정교한 명령어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나노바나나는 "이 캐릭터의 셔츠를 빨간색으로 바꾸고 해변에 서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줘"와 같은 자연어 기반의 대화형 편집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두 도구가 요구하는 사용자의 사고방식 자체가 다름을 의미한다.


셋째, 일관성을 구현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미드저니의 일관성은 --ow라는 강력하지만 때로는 불완전한 참조 시스템을 통해 '설계(engineered)'된다. 반면 나노바나나의 일관성은 편집 우선 아키텍처에 '내재(inherent)'된 특성으로, 더 높은 충실도와 신뢰성을 보인다. 미드저니가 참조 이미지의 '스타일'과 '특징'을 가져와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한다면, 나노바나나는 원본 이미지의 '정체성'을 보존한 채 주변 요소를 '수정'하는 것에 가깝다.


넷째, 결과물의 미학적 특성이 다르다. 미드저니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영화적인, 소위 '미드저니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지는 예술적으로 뛰어나지만, 때로는 AI가 생성했음을 알아볼 수 있는 공통된 분위기를 풍긴다. 나노바나나는 특정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는, 편집 요청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선명하고 기능적인 리얼리즘을 지향한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두 가지 주요 단계, 즉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다듬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에 각각 특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미드저니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확산적 사고 단계에, 나노바나나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정교하게 실행하는 수렴적 사고 단계에 더 적합하다.


나노바나나와 미드저니 차이를
보여주는 예시 및 프롬프트

시나리오 1: 새로운 판타지 세계관 콘셉트 아트 제작

과업: 독창적이고 숨 막히게 아름다운 판타지 풍경 생성.

프롬프트: A floating castle made of glass and crystal hovering above a waterfall, with dragons circling and villagers watching from below, cinematic, volumetric lighting, epic scale, style of Studio Ghibli
3.png 동일한 프롬프트로 왼쪽은 미드저니 생성, 오른쪽은 나노바나나 생성

이러한 판타지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프롬프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특정 예술 스타일과 극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미드저니의 세계관 구축 능력이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시나리오 2: 기존 사진을 활용한 이미지 제작

과업: 인물 사진에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들고 있는 모습 합성하기

그림4.png 인물(좌), 미드저니(중앙), 나노바나나(우)

미드저니에서는 인물의 사진을 옴니 레퍼런스로 참조하여 불마법을 쓰는 모습을 생성할 수 있다. 미드저니는 원본 사진의 조명, 질감, 배경의 사실성을 넘어 완전히 풍부한 감성을 담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나노바나나의 경우 원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설명적으로 인물에게 변화를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법봉과 불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은 잘 만들어 주었지만 이미지가 설명적이고 경직된 느낌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제 어떤 모델을 써야할지에 대한 제언:
디자이너를 위한 전략적 가이드

결론적으로, '미드저니와 나노바나나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라는 질문 보다는 '어떤 작업 단계에서 어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디자이너는 두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창작 목표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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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를 사용해야 할 때:

목표가 아이디어 발상, 영감 탐색, 콘셉트 발견일 때. 무드보드, 초기 캐릭터 스케치,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의 풍경 등 광범위하고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다량으로 생성해야 할 경우 미드저니가 최적이다.

사진과 같은 정밀함보다 최종 결과물의 심미성과 예술적 품질이 더 중요할 때. 특유의 스타일리시하고 영화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미드저니의 '의견'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시리즈가 아닌 독립적인 단일 작품을 제작할 때. 후속 이미지와의 완벽한 일관성이 요구되지 않는 예술 작품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적합하다.


나노바나나를 사용해야 할 때:

목표가 정밀성, 제어, 반복 수정일 때. 기존 사진이나 렌더링 이미지를 기반으로 예측 가능하고 구체적인 변경을 가해야 할 경우 나노바나나가 압도적인 성능을 보인다.

여러 이미지에 걸쳐 캐릭터나 객체의 일관성이 타협 불가능한 요소일 때. 스토리보드, 제품 카탈로그, 브랜드 에셋, 게임 캐릭터 시트 등 일관성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 필수적이다.

실사 사진을 다룰 때. 배경 교체, 객체 추가 및 제거, 가상 피팅, 이미지 복원 등 현실 세계의 사진을 기반으로 한 상업적, 실용적 작업에 매우 강력하다.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를 가진
디자이너 되기

전문 디자이너를 위한 가장 진보된 전략은 두 도구를 연계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각 도구의 강점은 취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미드저니 대 나노바나나'가 아니라 '미드저니와 나노바나나'의 협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AI를 활용하는 전문 디자인의 미래는 단 하나의 '최고의'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도구들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를 능숙하게 조합하는 다중 도구 워크플로우를 마스터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예술적으로 탁월하면서도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결과물을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미드저니와 나노바나나 모두를 활용한 워크플로우를 학습하고 AI 디자이너 자격증도 취득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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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자이너와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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