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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풀스텍 디자이너의 시대가 열리다

by 유훈식 교수
디자인의 거대한 전환
AI가 촉발한 풀스텍 혁명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디자인 산업에 있어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전환을 촉발하고 있다. 이는 과거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나 인터넷의 확산이 가져온 변화에 비견될 만한 지각변동이다. 산업계 전반이 ‘AI 퍼스트(AI-First)’ 환경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디자인 분야의 AI 도입률은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5.5%에 불과했으나 2030년에는 7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1 이처럼 폭발적인 변화의 중심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근본부터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 디자인 프로세스가 시각적 표현, 인터페이스 설계 등 분절된 전문 영역의 합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 AI는 그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유형의 전문가를 탄생시키고 있다. 바로 ‘AI 기반 풀스텍 디자이너(AI-powered Full-stack Designer)’다. 이들은 더 이상 시각적 결과물의 제작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AI를 지렛대 삼아 기획, 리서치, 브랜딩, 데이터 분석, 심지어 개발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전체 프로덕트 경험을 총괄하는 전략적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UI 디자이너’, ‘UX 리서처’와 같은 전통적인 직군을 개별적으로 채용하기보다,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AI 기반 풀스텍 크리에이티브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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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디자인 업계에 중대한 ‘역량 격차(capability gap)’를 야기하고 있다. AI 도구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론, 조직 구조, 교육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작업 방식에 안주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위협이 되지만, 변화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에게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AI 시대의 문턱에서, 디자인의 미래는 AI와의 경쟁이 아닌, AI를 어떻게 활용하여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이 글은 AI가 열어젖힌 풀스텍 디자이너의 시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풀스텍 디자이너란 누구인가?
디자이너의 역량 확장

‘풀스텍(Full-stack)’이라는 용어는 본래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모두 다룰 수 있는 개발자를 지칭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이 용어가 차용될 때, 초기에는 UX 리서치부터 UI 디자인, 나아가 간단한 프론트엔드 코딩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제너럴리스트를 의미했다. 이는 주로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팀에서 한 명의 디자이너가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효율성의 요구에서 비롯된 개념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의 풀스텍 디자이너는 이러한 ‘만능 재주꾼’의 개념을 넘어선다. AI는 한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극적으로 확장시켜, 이제 풀스텍의 정의는 ‘수행 가능한 기술의 총합’이 아닌 ‘총체적 문제 해결 과정의 소유권’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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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풀스텍 디자이너는 단순히 여러 도구를 사용하는 ‘시스템 사용자(system user)’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시스템 설계자(system designer)’다. 이들은 반복적인 작업을 ‘규칙’으로 정의하고, 이 규칙을 시스템화하며,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의 실행을 AI에게 위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 제작이나 다양한 화면 크기에 맞는 레이아웃 변형 같은 작업은 명확한 규칙을 AI에 학습시켜 자동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픽셀을 정교하게 다듬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규칙과 원칙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일관성 있고 확장 가능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전략적 사고력이 된다.


따라서 이 새로운 유형의 디자이너의 가치는 개인의 생산성, 즉 얼마나 많은 시안을 만들고 얼마나 많은 코드를 작성하는가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진정한 가치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과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들은 AI 도구, 자동화된 프로세스,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엮어 하나의 거대한 ‘가치 창출 엔진’을 설계한다. 이 엔진을 통해 조직은 더 빠르고 일관된 품질로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며, 디자이너 개인의 전략적 의도는 조직 전체로 확장된다. 결국 AI 시대의 풀스텍 디자이너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한 부분에 기여하는 ‘기여자(contributor)’에서, 조직의 창의적 역량을 배가시키는 ‘전략적 승수(strategic force multiplier)’로 그 위상이 격상된다.

생성형 AI 도구의 통합
디자인 파이프라인의 혁명

생성형 AI는 전통적인 디자인 파이프라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과거 리서치, 아이데이션, 프로토타이핑, 개발로 이어지던 선형적이고 분절된 프로세스는 이제 다양한 AI 도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유연하고 순환적인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이 새로운 파이프라인 안에서 풀스텍 디자이너는 아이디어의 발아부터 최종 구현까지 전 과정을 막힘없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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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리서치 및 기획 단계에서, ChatGPT나 Claude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방대한 양의 사용자 인터뷰 녹취록, 설문조사 데이터, 시장 보고서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핵심 인사이트를 추출한다. 디자이너는 Perplexity와 같은 대화형 검색 엔진을 활용해 경쟁사 분석이나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 공간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단계에서는 Midjourney나 나노바나나와 같은 이미지 생성 AI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디자이너는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수십, 수백 개의 무드보드, 컨셉 아트, 핵심 비주얼 자산을 몇 분 만에 생성하여 디자인 방향성을 빠르게 탐색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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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UI 설계 단계에서는 Figma와 같은 디자인 툴에 내장된 AI 기능이 활약한다. Figma의 ‘Make Designs’ 기능은 ‘사용자 로그인 페이지’와 같은 간단한 명령만으로 기본적인 UI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며, 디자이너는 이를 기반으로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은 디자인의 초기 구조를 잡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Figma가 제공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서버는 Cursor와 같은 AI 코드 에디터가 Figma 파일의 모든 맥락, 즉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 색상 및 폰트 변수, 레이아웃 제약 조건 등을 직접 읽어 들일 수 있게 한다. 디자이너가 Figma에서 작업한 디자인 링크를 Cursor에 붙여넣고 ‘이 디자인을 반응형 웹페이지로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AI는 디자인 시스템의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인터랙티브한 상태(예: 호버, 클릭)까지 구현된 고품질의 코드를 생성한다. 이로써 과거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정보 손실을 유발했던 ‘핸드오프(handoff)’ 과정은 사실상 사라진다.


이처럼 AI가 전 과정을 가속화하면서, 디자인 사고는 더 이상 순차적인 단계의 연속이 아닌, 여러 활동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일어나는 유기적인 흐름으로 진화한다. ‘스팅레이 모델(Stingray Model)’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은 AI 시대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훈련(Train)’, ‘개발(Develop)’, ‘반복(Iterate)’의 세 단계로 재구성한다. 이 모델에서는 문제 가설 수립, 해결책 구상, 기술적 타당성 검토,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에서, AI가 생성한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최적의 방향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의사결정자(decision-maker)’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가장 큰 병목 지점은 더 이상 ‘실행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결정의 질’이 된다. AI가 ‘어떻게(how)’를 자동화함에 따라, 디자이너의 핵심 가치는 ‘어떤(what)’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왜(why)’ 그 해결책이 올바른지를 정의하는 능력에 집중된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기술적 숙련도를 넘어선 전략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비즈니스와 사용자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요구한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프로세스 내부의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프로세스 전체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끄는 전략적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직군의 등장
AI Product Designer, AI Product Maker

AI 기술의 확산은 기존의 직무 경계를 허물며 디자인, 제품,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직군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직무명에 ‘AI’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역량과 역할을 요구하는 새로운 전문가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직군은 ‘AI 프로덕트 디자이너(AI Product Designer)’다. 이들은 AI 기술 자체가 핵심 기능인 제품이나, 기존 서비스에 AI가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파파고와 같은 번역 서비스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AI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단순히 심미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AI 모델의 작동 원리와 한계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사용자가 AI의 예측이나 제안을 어떻게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지, AI가 오류를 범했을 때 어떻게 자연스럽게 복구 경로를 제공할지 등 복잡한 인간-AI 상호작용(HCI)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이들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제품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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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프로덕트 메이커(AI Product Maker)’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AI 도구들이 디자인과 코드 생성의 간극을 메워주면서 가능해진 역할이다. ‘메이커’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프로토타이핑, 개발, 배포까지 제품 출시의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을 의미한다. 이들은 더 이상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로 나뉘어 일하지 않는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ChatGPT로 서비스 기획을 구체화하고, Midjourney로 비주얼을 생성한 뒤, Figma와 Cursor를 연동해 직접 작동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처럼 실행과 출시에 초점을 맞춘 ‘메이커’의 등장은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하나로 통합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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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일부 선도 기업에서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품 설계를 넘어 전체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 수립, 서비스 운영까지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비즈니스 아키텍트(Business Architect)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무명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들은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설계하고 혁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새로운 직군의 등장은 전통적인 조직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과거 제품 개발의 표준이었던 ‘제품-엔지니어링-디자인’의 삼각 편대(triad)는 점차 해체되고, 높은 자율성을 가진 작고 통합된 ‘메이커 유닛’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조직의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구조보다 스타트업이나 애자일 팀의 빠른 실행력을 선호하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협업 문화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풀스텍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

AI 시대의 풀스텍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전통적인 디자인 기술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제 성공적인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시각물을 만드는 장인(craftsman)을 넘어, 기술과 비즈니스, 인간을 잇는 다재다능한 전략가(strategist)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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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AI Prompt Engineering)’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결과물을 정교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AI와의 대화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효과적인 프롬프트는 명확한 지시(Instruction), 충분한 맥락(Context), 처리할 데이터(Input Data), 그리고 원하는 결과물의 형식(Output Indicator)을 포함해야 한다.34 디자이너는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 모호함을 제거하며, 반복적인 수정을 통해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지능형 시스템을 위한 UX 아키텍처 설계’ 역량이다. AI 기반 제품의 사용자 경험은 정적인 화면의 연속이 아니라, 사용자와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동적인 시스템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개인화, AI의 예측 오류 처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사용자의 통제권 보장 등 AI의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 전체의 정보 구조와 상호작용 흐름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사고’다.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어떤 문제를 풀어야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스스로 정의하는 ‘문제 발견자’가 되어야 한다.36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 경쟁 환경,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를 깊이 이해하고, 디자인적 결정이 핵심 성과 지표(KPI)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하지만, 그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행 가능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 A/B 테스트 결과 등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평가와 윤리적 판단력’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에는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견이 반영될 수 있으며, 때로는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기도 한다.19 디자이너는 AI의 결과물을 맹신하지 않고, 그 품질과 신뢰성, 잠재적 편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30 이들은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책임감 있는 디자인을 실천하는 윤리적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역량의 기저에는 가장 중요한 메타 역량인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 자리 잡고 있다. AI 도구는 매달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정 도구의 숙련도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학습하고, 기존의 지식을 과감히 버리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재구성하는 능력이야말로 AI 시대에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가장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 시대의 디자인 철학
창의성의 본질은 ‘연결과 통합’이다

AI의 등장은 디자인의 방법론뿐만 아니라, 그 근간을 이루는 철학, 특히 ‘창의성(creativity)’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 고유의 창의 영역을 침범하고 결국 디자이너를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AI는 창의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의성의 정의를 새롭게 쓰도록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창의성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소수의 천재에게 부여된 신비로운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AI 시대의 창의성은 이러한 ‘발명’의 개념에서 ‘발견’과 ‘연결’의 개념으로 이동한다. 생성형 AI가 기존에 존재하던 방대한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시안과 아이디어를 쏟아낼 때, 인간의 창의성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고, 이질적인 아이디어들을 융합하며, 기술적 결과물에 인간적인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는 ‘큐레이션(curation)’과 ‘통합(integration)’의 능력에서 발현된다. 디자이너는 이제 ‘창조자’를 넘어 ‘의미의 큐레이터’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이너의 ‘취향(taste)’과 ‘판단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한 결과물 중에서 무엇이 탁월하고, 무엇이 평범하며, 무엇이 브랜드의 철학과 사용자의 감성에 부합하는지를 가려내는 안목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핵심적인 창의적 역량이다. 또한, 제품의 성공은 기능적 완성도를 넘어,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story)’와 ‘맥락(context)’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문화적 뉘앙스, 시대정신,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디자이너가 AI와 차별화되는 고유한 영역이다.

미래의 디자이너를 위한 제언
학습 전략과 커리어 로드맵

급변하는 AI 시대에 디자이너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습 전략과 경력 개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특정 툴의 숙련도나 정적인 경력 연차가 개인의 가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제 핵심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지속적인 학습 능력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패스트 무버(Fast Mover)’로서의 마음가짐을 채택하는 것이다.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개인화된 학습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현재 AI 관련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커리어 목표에 부합하는 맞춤형 학습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학습 전략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첫째, ‘기초 지식 습득’이다. 생성형 AI의 원리 및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이해하는 것은 특정 도구의 단순 사용법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러한 기초 지식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본질을 빠르게 파악하고 응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둘째, ‘실용적 적용’이다. 이론 학습에만 머무르지 말고, 개인 프로젝트나 실험을 통해 AI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Cursor AI를 이용해 간단한 Figma 플러그인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AI와의 협업 방식을 체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전략적 및 비판적 역량 강화’다. 기술적 능력만큼이나 문제 정의,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윤리적 판단과 같은 시대를 초월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 분야를 넘어 철학, 예술사, 미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커리어 로드맵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과거의 선형적인 승진 경로 대신, 자신의 역량을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최종 목표는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실행가(executor)’에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전략적 가이드(strategic guide)’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자산은 ‘학습 과정의 공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자신의 실험 과정, 새로운 워크플로우에 대한 고민, 변화하는 디자인 철학 등을 블로그, 영상,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AI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5년간 Figma 사용 경험’과 같은 과거의 이력보다 ‘최근 3개월간 Figma-Cursor 워크플로우를 활용해 제품을 구축한 상세한 사례 연구’가 훨씬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처럼 자신의 학습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스스로의 성장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사고 리더(thought leader)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정적인 이력서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적응력과 통찰력의 증거가 되어 미래의 기회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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