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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훈식 교수 Jul 14. 2022

탈중앙화된 경제 시스템

비트코인으로 알아보는 탈중앙화된 시대의 화폐

ㅇ 웹 3.0 시대의 돈 : 비트코인

웹 3.0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록체인을 이해해야 하고,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비트코인은 웹 3.0 시대에 탈중앙화 된 화폐로서의 역할을 점점 강화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비트코인을 실제 제작한 사람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사람에 의해서 2008년 10월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으로 9쪽의 논문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2009년 1월에 최초의 비트코인이 발행이 되어 제네시스블록이 생성되었으며, 2009년 2월이 되어서 Bitcoin Core v0.1 프로그램이 공개되어 누구든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슈를 낳았고 곧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수십 번 돌았지만 어느덧 전 세계 사람들이 투자하고 송금하는 수단이 되었고, 안정적으로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엘살바도르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해서 활용하고 있다.



ㅇ 개인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시대를 연 비트코인 채굴

돈을 만드는 것은 정부에서 지정한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개인이 이 돈을 만들면 위조지폐가 되어 법적인 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탈중앙화 개념이 접목되어 누구든지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컴퓨터를 통해서 채굴할 수 있는데 블록의 이름을 16진수로 표시한 64자리 해시 함수를 찾아내면 비트코인을 발행해서 지급해주게 되어있는데 이를 채굴이라고 한다. 채굴 문제를 풀면 만들어지는 비트코인은 약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들도록 되어 있고 이를 반감기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로 채굴될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으며 2022년 01월 23일 기준 약 18,937,775개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었고, 2,062,225개의 비트코인이 남아 있다. 이미 총량에서 90% 이상이 채굴되었다고 보면 된다. 계속적인 반감기를 거쳐 이론적으로 2140년에 채굴을 중지하게 되어 있는데 이제는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되는 하드웨어와 전기료를 감안할 때 채굴 양이 많지 않아서 개인들이 채굴하기에는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ㅇ 은행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P2P(Peer to Peer) 시대의 화폐

P2P는 Peer to Peer의 줄임말로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클라이언트 컴퓨터끼리 직접 통신하는 방식을 통칭한다. 과거 돈을 송금하기 위해서는 은행이라는 기관을 거쳐야 했다. 내 계좌를 은행에 만들고 은행의 서버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계좌로 보내주는 형태로 송금이 이루어진 것이다. 웹 3.0 시대는 이런 중앙 기관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고 이미 정의된 약속인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방식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송금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임의의 암호화 키 한쌍을 담고 있는 지갑을 갖게 된다. 채굴된 비트코인은 이 지갑에 저장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주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다. 이 지갑에 대한 개인정보는 따로 제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각 지갑에 얼마만큼의 비트코인이 저장되어 있고, A지갑에서 B지갑으로 언제 얼마나 송금이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모두 저장 및 공개가 되어 있다.

이런 암호화폐 기반의 P2P 방식의 확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암호화폐 송금이었다. 러시아에게 공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화폐 주소를 공개했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기관에서는 은행이나 특정 기관을 거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좌로 바로 암호화폐를 송금했다. 이때 단기간에 송금된 비용이 최소 6000만 달러(약 741억 4200만 원) 이상이 모금되었다. 전쟁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제는 P2P로 송금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탈중앙화 된 돈의 이동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이었다.



ㅇ 비트코인 이후 알트코인의 시대가 열리다.

비트코인은 사실 특별한 기능이 없고 송금만 가능하다. 그리고 각각의 블록에 기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송금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확장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드포크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게 된다. 하드포크는 기존의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방식을 가져오고 이를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8월 중국 채굴자들을 중심으로 블록 크기를 직접 늘리는 하드포크를 실행하여 비트코인 캐시라는 새로운 알트코인이 탄생했다. 또, 비트코인 캐시의 등장 이후 여러 이슈들을 거쳐 비트코인 ABC, 비트코인 SV가 등장한다.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가지고 만든 코인이 코인마켓캡 상위 100개 중 20% 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알트코인들이 지금도 등장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금방 사라지고 있다. 비트코인보다 나은 블록체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비트코인만큼의 명성과 입지를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요한 부분은 이전에 중앙은행이 발행하던 돈이라고 하는 것을 암호화폐의 형태로 개인과 기관들이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에 실제적인 가치가 매겨져서 사람들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로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전보다 빠른 속도록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블록체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ㅇ 비트코인의 전망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위험자산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생각해보면 우선 블록체인을 통한 보안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제도권 화폐와 같이 중앙에서 무한정 발행하는 형태의 운영이 아니라 최대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사망하기도 하고, 비트코인을 저장해놓고 다양한 문제로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 수량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희소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금이나 현금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 시장이 더 성숙하고 정말 안정성과 사용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하면 비트코인의 활용도는 줄어들고 다른 암호화폐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빠르게 올 것 같지는 않다. 향후 어떤 암호화폐가 대중들에게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화폐의 역할은 점점 약화되고 암호화폐를 통한 전 세계의 거래는 더욱 확장되어 갈 것이다.



ㅇ 디파이(DeFi)로 은행이 없어지는 세상이 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금융과 관련된 거래를 할 때 은행을 통해서 예금, 송금, 대출, 투자를 사용했었다.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라는 곳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웹 3.0 시대를 맞이하여 금융의 영역에서도 탈중앙화가 이루어지며 금융사 또는 핀테크와 관련되 IT기업을 통하지 않고도 예금, 송금, 대출, 투자, 보험과 관련된 금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를 탈중앙화 금융시스템 ‘디파이(DeFi)’라고 한다.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를 의미하는 ‘Decentralize’와 금융을 뜻하는 ‘Finance’의 합성어이며 디파이의 반대말은 씨파이(C-Fi: Centralized Finance))이다. 웹 3.0 시대의 주요 키워드가 탈중앙화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 그대로 금융거래의 과정에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없이 이미 정해진 규약을 따르는 프로토콜에 기반해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디파이 프로토콜이 정의된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P2P(Peer to Peer)방식으로 암호화폐를 송금, 대출, 투자를 할수 있다. 


보통 우리가 금융거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신용’있었다. 이 거래를 하는 대상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평가하는 것이 신용이었는데 디파이 세계에서는 이런 신용 평가가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 거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정해진 규약만을 따르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 간에 규약만 지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신뢰성을 확보해서 거래가 이루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 사례로는 체인링크, 에이브, 메이커다오 등이 있다. 



ㅇ 디파이의 다섯 가지 특징

디파이 시장은 2021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2020년 말 210억 달러였던 글로벌 디파이 예치금은 1년이 지난 2021년 말에 2,600억 달러로 12배 정도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왜 기존 금융에서 벗어나서 탈중앙화된 디파이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일까? 디파이가 가지는 대표적인 다섯 가지 특징을 통해서 디파이의 강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 탈중앙성 & 검열저항성

디파이에서는 법정화폐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무에 국가나 특정 기관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중앙에서 은행이나 정부의 개입이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P2P거래가 가능하다. 일부 디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앱에서는 이더리움 가스비 외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들도 있다.


■ 투명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모든 디파이 거래는 기록되고, 개인적으로 수정할 수 없으며, 모두에게 거래 장부가 공개되게 되어 있다. 최근 국가 주도로 금본위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화폐가 무한정 발행되고, 해킹의 위험이 있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신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디파이를 통한 금융 서비스 이용으로 확대가 되었다.


■ 높은 접근성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디파이 서비스는 기본적인 운영 방식을 이해하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은행에서는 필수적으로 개인 신원 인증(KYC)을 해야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지갑을 개설해서 바로 디파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화폐 기반의 디파이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하고 국가를 넘어서 누구나 사용하다는 점에서 실제적으로는 더 높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 결합성

디파이의 특징 중 하나인 결합성은 기존의 금융 기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결합성은 디앱 간에 상호 연동할 수 있는 부분이 높다는 의미이다. 디앱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넘어 창의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를 사용하여 대출, 예치 상품을 만들 수 있고, 기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에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스테이킹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안정적인 자산 운용

디파이 초기 시장에서는 주로 레버리지 파생 상품이나 스테이킹을 통한 이자 제공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암호화폐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인해 관련 금융의 안전성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여 좀 더 안정적인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다양한 담보대출 플랫폼에 DAI, USDT, USDC과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해서 보상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디파이 상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ㅇ 테라로 무너진 디파이 시장 하지만 여전히 빛나는 미래

그런데 2021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던 디파이 시장은 테라(Terra) 사태로 엄청난 시장 붕괴를 맞이하게 된다. 테라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하는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이다. 

테라 프로토콜에서는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인 '테라'와 가격 변동성을 맞춰주기 위한 채굴형 토큰인 '루나' 두 가지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한 암호화폐 시장이 2022년 큰 폭락을 맞이하면서 루나와 연동되어 가격을 유지하는 테라의 가격이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고 가격이 떨어지게 되었다. 가격 유지 능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여 루나는 순식간에 0.01달러로 추락하게 되었고,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60% 정도 가격이 하락한 40센트 밑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후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는 테라 프로토콜의 루나와 테라 모두 거래를 중단하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테라(Terra)는 '땅' 또는 '지구'라는 뜻으로서, 티켓몬스터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인 신현성이 땅처럼 안정적인 가치를 가지겠다는 뜻을 담고 만들었다. 하지만 이 테라 사태는 디파이 시장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앞으로 충분한 성숙기를 거쳐야 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디파이 시장은 특정 거래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해킹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높은 이자를 제공해주지만 테라와 같이 프로젝트가 붕괴 되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결국 땅을 다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뢰성이 없는 요소들이 무너지고, 거품이 사라지면서 실제 신뢰할 수 있는 디파이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어떤 디파이 서비스들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디파이 시장이 또 하나의 주류 금융 생태계를 이룰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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