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을 넘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시대로

by 유훈식 교수

바이브코딩을 넘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시대가 열리다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이브코딩이라는 낭만적인 실험의 단계를 지나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이라는 엄밀한 공학적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테슬라의 인공지능 부문을 이끌었고 오픈AI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했던 안드레 카파시의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카파시는 2025년 2월, 대형 언어 모델과 대화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에 대해 바이브코딩이라는 명칭을 붙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고 선언하며, 복잡한 문법이나 아키텍처를 고민하기보다 인공지능에게 자연어로 의도를 전달하고 그 결과물인 코드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실행 여부에 집중하는 개발 방식의 도래를 알렸다. 바이브코딩은 코드가 실제로 어떻게 작성되는지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느낌, 즉 바이브를 중시하는 접근법으로, 수많은 비전공자와 초급 개발자들에게 소프트웨어 제작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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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브코딩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진 지 불과 1년 만인 2026년 초, 카파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상황을 매뉴얼 없이 전달받은 외계 기술에 비유하며, 스스로도 이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라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바이브코딩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시대가 열렸음을 강조하며 개발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학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해 코드를 얻어내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계획을 세우며 도구를 사용하여 과업을 완수하는 자율적 시스템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의 배경에는 바이브코딩이 가졌던 태생적 한계와 현실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바이브코딩은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하는 데는 탁월했으나, 실제 운영 환경에서는 보안 취약점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2025년 한 해 동안 생성된 인공지능 코드의 약 45퍼센트에서 심각한 보안 결함이 발견되었고, 맥락 없이 생성된 코드가 복잡해질수록 사람이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스파게티 코드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안드레 카파시 본인조차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불확실성 때문에 결국 수동 코딩 방식으로 회귀해야 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공학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법인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해주었다. 이제 개발자들은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노동자에서 에이전트 팀을 지휘하고 아키텍처의 큰 그림을 설계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이란 무엇인가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대형 언어 모델의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목표 지향적인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를 설계, 개발, 운영하는 전문적인 학문 및 실무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코드를 보조받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 계획을 수립하며 외부 도구를 사용하여 실제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을 공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바이브코딩이 개발자의 직관과 인공지능의 확률적 답변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성공에 의존했다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그 과정에 엄밀한 질서와 검증 절차를 부여하여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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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정수를 보여주는 개념적 틀로 에스파크(SPARC) 프레임워크가 제시된다. 이 프레임워크는 명세(Specification), 의사코드(Pseudocode), 아키텍처(Architecture), 정교화(Refinement), 완료(Completion)의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개발 전 과정에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역할을 정의한다. 명세 단계에서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모호한 요구사항을 분석하여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로 변환하며, 의사코드 단계에서는 실제 코드를 작성하기 전 논리적인 흐름을 설계한다. 아키텍처 단계에서는 다중 에이전트 간의 역할 분담과 데이터 흐름을 결정하고, 정교화 단계에서는 테스트 주도 개발 방식을 통해 코드의 품질을 높이며, 마지막 완료 단계에서는 배포와 모니터링까지 에이전트가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절차는 인공지능이 맥락을 놓치고 지엽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을 방지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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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시스템의 핵심은 자율적 추론과 도구 사용 능력, 그리고 영속적인 메모리 시스템의 결합에 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이 없어도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다음 단계를 결정하고 실행하며, 필요에 따라 웹 검색, API 호출, 터미널 명령 실행 등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또한 독립적인 메모리 구조를 통해 과거의 결정 사항과 프로젝트의 맥락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은 보안 검증 에이전트가 코드를 검토하고 수정 에이전트에게 피드백을 전달하는 식의 자율적인 협업 루프를 형성하여 인간 개발자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결과물의 품질을 상향 평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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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소프트웨어 개발 수명 주기 전체를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하는 혁명적인 패러다임이다. 가트너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18개월 내에 기업의 개발 환경에서 인간 개발자 한 명당 평균 100개 이상의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협력하게 될 것이며, 이는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역량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제 엔지니어의 역할은 코드를 한 줄씩 적어 내려가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에이전트들의 목표를 정렬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결정론적 제어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도구(1) : OpenClaw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철학을 가장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도구 중 하나가 오픈소스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OpenClaw)다. 이 도구는 오스트리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피터 스타인버거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클로봇(Clawdbot)과 몰트봇(Moltbot)이라는 이름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오픈클로는 단순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의 개인 장치나 서버에 상주하며 컴퓨터를 직접 제어하고 파일을 관리하며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되는 강력한 개인용 인공지능 비서 환경을 제공한다. 출시 직후 깃허브에서 10만 개 이상의 별을 획득하며 에이전틱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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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클로의 가장 큰 특징은 로컬 실행 환경에서의 강력한 권한 행사와 24시간 자율성이다. 브라우저 속에 갇힌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하드웨어에서 직접 구동되며 터미널 명령을 실행하거나 코드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등 실제 운영체제 수준에서의 작업을 수행한다. 특히 텔레그램이나 슬랙과 같은 메신저를 주요 인터페이스로 활용하여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에이전트에게 명령을 내리고 보고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사용자가 잠든 사이에도 에이전트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개발하여 깃허브에 코드를 올려놓는 식의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픈클로는 고유한 파일 기반 메모리 시스템을 통해 에이전트의 정체성과 지식을 영속적으로 유지한다. 에이전트의 말투와 성격을 정의하는 소울(SOUL.md) 파일,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선호도를 기록하는 유저(USER.md) 파일, 그리고 프로젝트의 역사와 결정을 기록하는 메모리(MEMORY.md) 파일 등을 통해 에이전트는 단순한 알고리즘을 넘어 사용자의 업무 스타일을 깊이 이해하는 동료로 진화한다. 또한 하나의 중심 에이전트가 특정 작업에 특화된 여러 개의 하위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다중 에이전트 구조를 지원하여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다각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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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픈클로가 제공하는 강력한 권한은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시스템 명령어를 직접 실행하고 이메일이나 파일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에이전트가 악의적인 프롬프트 주입 공격을 받거나 설정 오류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보안 전문가들이 오픈클로를 격리된 가상 환경이나 샌드박스에서 구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에이전트에게 부여되는 권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핵심적인 안전장치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보안 이슈는 에이전틱 시스템이 단순히 기술적 성능을 넘어 신뢰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구축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도구(2) : Cursor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시대를 상징하는 또 다른 핵심 도구는 인공지능 특화 코드 에디터인 커서(Cursor)다. 커서는 기존의 통합 개발 환경에 인공지능 기능을 부가적으로 추가한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인공지능 에이전트와의 협업을 전제로 설계된 차세대 개발 환경이다. 특히 커서의 콤포저(Composer) 모델은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정수를 보여주는 기능으로 평가받는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전체적인 기능 구현 방식을 설명하면 에이전트가 프로젝트 전체의 맥락을 분석하여 수십 개의 파일에 걸친 변경 사항을 추적하고 반영한다. 이는 단일 코드 수정을 넘어 프로젝트 아키텍처 전체를 조망하고 관리하는 에이전트의 능력을 극대화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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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개발 팀은 에이전틱 시스템의 확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백 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가동하여 브라우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축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에이전트 간의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플래너(Planner), 워커(Worker), 저지(Judge)로 구성된 위계적 계층 구조를 정립했다. 플래너 에이전트는 전체 코드베이스를 탐색하며 수행해야 할 과업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할당하고, 워커 에이전트는 부여받은 세부 작업에만 집중하여 코드를 생산하며, 마지막으로 저지 에이전트가 결과물의 품질과 일관성을 검증하는 구조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충돌하는 현상을 방지하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완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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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커서는 수많은 에이전트가 동시에 동일한 코드베이스를 다룰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낙관적 동시성 제어(Optimistic Concurrency Control) 방식을 채택했다. 에이전트들은 특정 자원을 잠그고 기다리는 대신 자유롭게 상태를 읽어 작업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코드를 반영할 때만 충돌 여부를 확인하여 처리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또한 작업의 난이도와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별하여 사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고도의 논리 설계와 계획 수립에는 추론 능력이 뛰어난 상위 모델을 배치하고, 단순한 코드 작성이나 반복 작업에는 실행 속도가 빠른 모델을 배치하여 비용 효율성과 성능의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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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는 전문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인 및 제품 기획 직군의 비전공자들에게도 개발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었다. 하지만 커서가 제공하는 에이전틱 기능의 진정한 가치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이를 자신의 업무 흐름에 어떻게 통합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이전트가 때때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확률적 존재라는 점을 인지하고, 엔지니어는 에이전트의 사고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잘못된 흐름을 즉각적으로 교정하는 하네스(Harness) 구축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커서는 단순한 편집기를 넘어 엔지니어의 지적 판단력을 증폭시켜주는 강력한 증폭기이자 에이전틱 생태계의 핵심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역량 :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Agent Orchestration) 역량으로 요약된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의 소리를 조화시켜 하나의 완벽한 교향곡을 만들어내듯,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을 결합하고 조율하여 복잡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기존의 단순 자동화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독립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면, 오케스트레이션은 에이전트 간의 실시간 맥락 공유, 상태 관리, 의존성 제어를 통해 유기적이고 적응력 있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고도의 설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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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위해 엔지니어는 먼저 거대한 과업을 에이전트들이 처리 가능한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각 단계의 성격에 맞는 최적의 에이전트를 선별하여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할 때 데이터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에이전트, 백엔드 로직을 작성하는 에이전트,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는 에이전트,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생성하는 에이전트를 계층적으로 구성하여 관리하는 식이다. 이때 중앙 오케스트레이터 에이전트는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감시하며 특정 에이전트의 작업 결과물을 다음 단계 에이전트의 입력값으로 매끄럽게 전달하고, 오류 발생 시 미리 설계된 복구 경로로 작업을 우회시키는 등의 제어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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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에이전트들이 공유하는 지식 베이스와 맥락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도구나 API를 사용할 때 정보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 집중형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에이전트 간의 통신 프로토콜을 명확히 정의하여 협업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에이전트의 행동 결과가 결정론적인 범위 내에서 예측 가능하도록 제어 장치를 설계하고, 에이전트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한 감사 로그를 유지하여 보안과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 공학과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동력을 기업의 업무 흐름에 최적화하여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는 수주일이 소요되던 복잡한 프로젝트를 단 몇 시간 만에 완수하거나,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대규모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폭발적인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 엔지니어의 가치는 스스로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한 에이전트 팀을 조직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비즈니스 가치로 변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시대의 디자이너의 역량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의 확산은 디자이너의 역할과 역량에도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이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거나 메뉴를 탐색하는 인터랙션 경로를 설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UX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을 내리기 전에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에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주체성(Agency)을 설계하고 제어하는 에이전트 UX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핵심 역량은 에이전트의 사고 과정을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전달하는 가독성 설계 능력이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배후에서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 시스템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디자이너는 에이전트의 내부 추론 단계를 시각적인 서사로 변환하고 현재 상태와 향후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사용자가 인공지능과 동료처럼 소통할 수 있는 투명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가 마케팅 예산을 재배정했다면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광고 클릭률 하락과 전환 비용 상승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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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자율성의 범위를 조율하고 제어권을 위임하는 매커니즘을 설계하는 역량이다. 에이전틱 시스템에서 사용자는 모든 단계를 직접 조작하는 대신 고차원적인 의도를 전달하고 에이전트의 결과물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수위를 설정하는 자율성 슬라이더(Autonomy Sliders)나, 위험도가 높은 작업 전에는 반드시 인간의 승인을 거치게 하는 가드레일, 그리고 상황이 악화될 때 즉시 수동 제어로 전환할 수 있는 오버라이드 버튼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가 시스템에 대한 통제감을 유지하면서도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주는 편익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섬세한 권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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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자이너는 에이전트와 인간의 협업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하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화된 여러 에이전트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할 때 이들이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는 촉매제가 되도록 유도하고, 에이전트 간의 의견 충돌이나 논리적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인간 디자이너가 이를 최종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시각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기술보다 디자인의 맥락과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에이전트에게 명확한 의도로 전달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시스템적 사고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시대의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지능의 엔진을 장착한 에이전트 팀의 지휘자가 되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복잡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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