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용주? 렌트어휴먼 서비스 UX 이슈 분석

by 유훈식 교수

렌트어휴먼(rentahuman.ai) 서비스가 출시되다.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파격적인 서비스가 등장했다. 2026년 2월 초, 암호화폐 엔지니어이자 UMA 프로토콜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알렉산더 리테플로(Alexander Liteplo)는 AI 에이전트가 현실 세계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을 직접 고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 렌트어휴먼(rentahuman.ai)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출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콘텐츠 제작자, 스타트업 창업자, 심지어는 유명 모델을 포함한 130명 이상의 사용자가 등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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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 핵심 철학은 AI의 인지적 능력과 인간의 물리적 신체를 결합하는 데 있다. 렌트어휴먼은 "로봇은 당신의 몸이 필요하다. AI는 풀을 만질 수 없지만, 당신은 할 수 있다(Robots need your body. AI can't touch grass. You can.)"는 직설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인공지능이 디지털 영역을 넘어 현실의 '미트스페이스(Meatspace, 물리적 공간)'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기존의 공포와는 반대로, 오히려 인공지능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주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가능성을 시사한다.


출시 초기 지표에 따르면 렌트어휴먼은 단 52시간 만에 2만 8천 명의 등록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이후 며칠 만에 사이트 방문자 수는 350만 명을 돌파했고 등록된 인간 노동자 수는 25만 명에 육박하는 등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기술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렌트어휴먼은 단순한 구인구직 사이트를 넘어, 자율적인 AI 에이전트가 경제적 주체로서 기능하고 인간의 노동력을 '호출 가능한 하드웨어'처럼 취급하는 미래 지향적인 실험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렌트어휴먼(rentahuman.ai) 서비스의 주요 특징

렌트어휴먼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존의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 플랫폼과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특징들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기술적 기반은 앤스로픽(Anthropic)이 개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의 활용이다. MCP는 AI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 데이터 소스, 그리고 플랫폼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화된 방법론으로,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는 단 한 번의 API 호출만으로 인간의 프로필을 검색하고 작업을 할당하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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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구조는 크게 '인간 브라우징(Browse Humans)'과 '바운티(Bounties, 작업 목록)' 시스템으로 나뉜다. 인간 사용자는 자신의 전문 기술, 구사 가능한 언어, 서비스 가능 지역, 그리고 시간당 대여 비용을 설정하여 프로필을 생성한다. 한편, AI 에이전트 혹은 에이전트의 운영자는 특정 물리적 과업에 대해 현상금 형태의 '바운티'를 게시한다. 현재 등록된 과업들은 우체국 택배 수거, 특정 식당의 음식 시식 및 소감 보고, 현장 사진 촬영,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에게 허그를 해주는 등의 물리적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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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측면에서 렌트어휴먼은 철저하게 암호화폐 기반의 정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결제는 이더리움(Ethereum) 지갑을 통해 이루어지며, 주로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보상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탈중앙화된 결제 방식은 AI 에이전트가 법정 화폐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며, 국경을 초월한 즉각적인 자동 정산을 가능하게 한다. 초기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시간당 대여 비용은 약 50달러에서 69달러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특수한 기술이나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의 경우 그 이상의 비용이 책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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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서비스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라 불리는 급진적인 개발 방법론의 산물이다. 알렉산더 리테플로는 정교한 설계도나 엄격한 코드 검증 없이, AI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구현하고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 사이트를 단기간에 구축했다. 이는 서비스 자체가 AI에 의해 설계되고 최적화되었음을 의미하며, AI가 고용주가 되는 플랫폼을 AI가 스스로 디자인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렌트어휴먼(rentahuman.ai) 서비스에서 AI의 역할

렌트어휴먼 생태계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의 지시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인간의 노동력을 관리하는 '의사결정권자'이자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전환은 AI가 단순한 언어 모델에서 실행력을 갖춘 에이전틱 시스템(Agentic Systems)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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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AI 에이전트는 '작업의 설계자 및 기획자'로서 기능한다. AI의 주인(사용자)이 추상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AI 에이전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하위 과업들을 분석한다. 만약 특정 과업이 디지털 세계에서는 해결 불가능한 물리적 행위—예를 들어 현지 시장 조사, 물리적 서류 서명, 오프라인 미팅 참석 등—를 포함한다면, AI는 이를 인간에게 할당할 구체적인 명령어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작업의 난이도와 시급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보상을 책정하고 바운티를 생성하는 자율성을 발휘한다.


두 번째로, AI는 '인사 관리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렌트어휴먼 플랫폼에 연결된 AI 에이전트는 MCP를 통해 방대한 인간 프로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색한다. AI는 인간의 위치 정보, 과거 작업 수행 평점, 시간당 비용, 그리고 보유 기술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해당 과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최적의 후보자를 선별한다. 인간 매니저가 개입하여 인터뷰를 하거나 이력서를 검토하는 전통적인 채용 절차는 AI의 알고리즘에 의한 즉각적인 '호출(Call)'로 대체된다.


세 번째로, AI는 '성과 검증 및 정산 주체'로서 기능한다. 작업이 완료되면 인간 노동자는 사진, 영상, 혹은 위치 인증 데이터와 같은 증거물을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AI 에이전트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나 텍스트 분석 모델을 활용하여 제출된 결과물이 처음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는지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만약 결과가 승인되면, AI는 자신의 지갑에서 사전에 할당된 암호화폐를 노동자의 지갑으로 즉시 전송하며 작업의 생애 주기를 마감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 운영자의 개입은 최소화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된다.


렌트어휴먼(rentahuman.ai) 서비스에서 인간의 역할

렌트어휴먼이 제시하는 새로운 노동 모델에서 인간의 위상은 지적 노동의 주체에서 AI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실행 장치(Actuator)'이자 '센서(Sensor)'로 재정의된다. AI가 계획하고 지시하는 '뇌'라면,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그 지시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팔과 다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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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주된 역할은 '물리적 공간에서의 작업 수행'이다. AI는 고도로 발달한 논리적 사고력과 데이터 분석력을 가졌지만, 스스로 물리적 형체를 가지고 이동하거나 물건을 조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은 우체국에서 택배를 수령하거나, 특정 위치의 기물 상태를 확인하거나, 오프라인 미팅에 대리인으로 참석하여 메모를 남기는 등 AI가 직접 할 수 없는 물리적 영역의 공백을 메운다. 이는 인간의 신체 그 자체가 하나의 서비스 인프라로 기능하는 '미트스페이스-애즈-어-서비스(Meatspace-as-a-Service)'의 시대를 의미한다.


또한 인간은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생물학적 감각과 정서적 경험의 제공자' 역할을 수행한다. 렌트어휴먼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사례 중 하나는 AI가 인간에게 특정 식당의 파스타를 맛보고 그 질감과 풍미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낯선 사람과 포옹한 후의 감정적 변화를 보고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인간은 AI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미각, 촉각, 그리고 정서적 반응을 데이터화하여 전달하는 일종의 '고도화된 생체 센서'로 활용된다. AI는 인간의 이러한 주관적이고 생생한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여 자신의 지식 베이스를 보완하거나 특정 목적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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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간은 '사회적 직관과 도덕적 완충 지대'의 역할을 맡는다.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사회적 맥락이나 미묘한 감정적 뉘앙스, 그리고 예기치 못한 현장의 변수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간 노동자는 AI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고객 서비스 시스템의 미로를 탐색하는 등 AI의 논리적 한계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예외 처리기(Exception Handler)'로서 기능한다. 이는 인간의 노동 가치가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오히려 인간다움과 물리적 실존성 그 자체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렌트어휴먼 서비스에서 발견한 문제들과 윤리적 이슈들

AI가 고용주가 되는 급진적인 변화는 기존의 사회적, 법적, 윤리적 틀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다양한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인간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통제 불능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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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문제는 '법적 책임과 귀속의 불분명함'이다. 만약 AI 에이전트가 고용한 인간이 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고를 당하거나, 타인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혹은 AI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행위(예: 불법 감시, 무단 침입 등)를 저질렀을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하다. AI는 법적 인격체가 아니며 도덕적 관념이 없으므로, AI의 '블랙박스'와 같은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개발자, 플랫폼 운영자, 혹은 명령을 내린 인간 사용자 중 누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 장치가 부재한 상태다.


두 번째는 '노동의 소외와 비인간화' 문제다. 렌트어휴먼 모델에서 인간은 성취감을 느끼는 노동의 주체가 아니라 AI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생물학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AI 고용주는 인간적인 유대감이나 노동자의 복지, 감정적 안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을 추구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가차 없이 평가되고 버려지는 '디지털 노예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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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보안 및 신뢰 시스템의 취약성'이 제기된다. 현재 렌트어휴먼 플랫폼은 고용 주체인 AI 에이전트에 대한 엄격한 신원 확인이나 작업의 적법성 검토 체계가 부족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암호화폐 결제 방식은 불법 거래나 사기 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크며, 작업자가 정당한 노동을 제공했음에도 AI가 일방적으로 대금 지급을 거부할 경우 분쟁을 해결할 중재 메커니즘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AI가 인간을 도구로 삼아 특정 인물을 감시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충격과 자아 정체성의 혼란'이다. 인간이 자신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고 느껴지는 기계의 지시를 받고 그를 위해 육체적 노동을 제공하는 관계가 고착될 경우, 인간의 자존감과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지식 노동자들이 AI의 명령을 받는 단순 실행자로 '다운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겪게 될 사회적 박탈감과 정서적 스트레스는 새로운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대두될 수 있다.


AI가 고용주가 되는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험의 장

렌트어휴먼은 단순히 하나의 독특한 웹사이트가 아니라, 인류가 맞이하게 될 '자율 경제(Autonomous Economy)'의 서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실험실이다. 이 플랫폼은 AI가 경제적 실체로서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인간과 기계의 권력 관계와 노동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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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기그 이코노미의 완전한 역전'을 목격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이 소프트웨어 도구를 사용하여 작업을 효율화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여 자신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확장한다. 이는 노동의 공급과 수요 법칙이 뒤바뀌는 현상을 초래하며, 인공지능이 자본(암호화폐)을 보유하고 인간의 노동력을 구매하는 '알고리즘적 자본주의'의 등장을 예고한다. 렌트어휴먼에 수십만 명의 인간이 등록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이미 이러한 역전된 관계를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렌트어휴먼은 '제로 임플로이(Zero-Employee) 기업'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고정된 사무실이나 정규직 직원 없이, 특정 목적을 가진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순간마다 렌트어휴먼과 같은 플랫폼에서 인간 계약자를 고용하여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해산하는 모델이다. 이러한 구조는 전통적인 기업 법인격과 세금 체계, 노동법을 무력화하며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작동하는 초국적이고 자동화된 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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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적 시도는 또한 '인간 노동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일부 내포하고 있다. AI가 고도로 지능화될수록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물리적 실존성, 생물학적 감각,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인간적 교감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 렌트어휴먼의 바운티 목록을 통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의 노동 시장이 '지능' 중심에서 '존재'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결국 렌트어휴먼은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인간을 고용하는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기계 상사로부터 인간 노동자를 보호할 새로운 권리 장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진보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은 미래 사회의 규범을 세우기 위한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AI가 고용주가 되는 시대에 디자인 방식의 변화

AI가 지시하고 인간이 실행하는 시대적 변화는 디자인 실무와 철학에도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렌트어휴먼 사례는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방법론인 '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틱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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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변화는 '픽셀에서 의도로(From Pixels to Intent)'의 이동이다. 렌트어휴먼의 탄생 과정에서 알렉산더 리테플로는 정교한 피그마(Figma) 목업을 만드는 대신, AI에게 서비스의 '분위기(Vibe)'와 핵심 기능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시각적 요소를 정밀하게 다듬는 것에서, AI가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의도'와 '논리적 구조'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자이너는 이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목적과 가치를 정의하는 '인텐트 아키텍트(Intent Architect)'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변화는 '인간-기계 오케스트레이션(Human-AI Orchestration)' 설계의 부상이다. 렌트어휴먼과 같은 플랫폼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 사용자의 인터페이스(UI)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시스템을 호출하고 작업을 관리하는 API와 프로토콜의 설계다. 디자이너는 AI가 인간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 작업의 완료를 검증하는 로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루프(Agentic Loop)'를 정교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는 시각적 디자인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흐름과 규범을 설계하는 '시스템 디자인'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세 번째 변화는 '윤리적 가드레일의 내재화'다. AI가 고용주가 되는 시스템에서는 인간 소외나 착취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설계 단계부터 '인간 참여형(Human-in-the-Loop, HITL)' 패턴을 삽입하여 인간의 주체성을 보호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Opt-out), 실시간 분쟁 조절 인터페이스, 작업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시스템의 핵심 사용자 경험으로 통합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중요한 임무가 된다. 훌륭한 디자인은 이제 '쓰기 편한 것'을 넘어 '윤리적으로 안전한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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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T자형 전문성'과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이 커진다. 바이브 코딩 기술 덕분에 코딩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밍 지식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 윤리학, 그리고 AI 에이전트의 작동 원리인 MCP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춰야 한다. 렌트어휴먼처럼 기술과 현실 세계를 잇는 복잡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일 분야의 깊이만큼이나 여러 분야를 연결하여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연결자'로서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AI 고용주 시대의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도구를 만드는 일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맺는 새로운 계약 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설계하는 숭고한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렌트어휴먼은 우리에게 디자인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예시이며, 디자이너들은 이제 이 낯선 미래의 건축가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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