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by 기은

2025년이 되었다. 나는 세 개의 새해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나에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목표라는 것을 세우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새해 목표라는 것을 세운 적이 없었다. 새해 목표랍시고 세워 놓고서는 이뤄 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 내가 기억을 못하는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내 기억은 그렇다.


왜 그랬을까. 초등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만들었던 생활계획표를 단 하루도 지켜본 적 없던 경험이 어른이 된 지금의 나로 하여금 계획이란 것을 회피하게 만들었을까. “세상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는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 속 대사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직관적으로 세상 가장 완벽한 새해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그렇게 오랫동안 새해목표는커녕 계획이라고는 어쩌다 한 번 단발성으로만 세워왔던 내가 한 해의 전체 계획을 다시 세운 건 작년부터였다. 작년에 영화학교를 졸업한 일이 가장 계기가 되었다. 내가 작가로서 내 작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던 나에게 영화학교에서의 경험이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의 계획 가운데 나는 한 가지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도 2025년 1/4분기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지금, 나는 작년의 목표를 정리해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자 한다.


그 새해 목표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단편영화를 한 편 이상 연출한다.

2. 스탠드업 코미디 오픈마이크 무대에 참여한다.

3. 이 과정을 브런치에 에세이로 기록을 남긴다.


이 목표를 위해 지난 2년 여 동안 방치해 둔 브런치를 정리해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나 혼자만의 연재 글이 떠벌림 효과로써 나에게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 하면서.


작년에 그러했듯 올해의 새해목표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계획했던 일 다 이루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된다고…("너네는 약속한 일 다 지키고 사냐?"). 그래도 올해에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 보려고 이렇게 글을 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새해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뭐라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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