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by 기은

세상에서 반성 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그것만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반성 그 자체는 그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해야 하는 일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때문에 반성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순간을 모면하는 퍼포먼스의 성격을 띠고는 한다. 이 퍼포먼스에는 별다른 일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반성하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 “죄송한 척 하고 올게!”. 성 범죄와 마약 범죄로 실형을 살다 온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어느 연예인의 메시지처럼 말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반성이 실제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각자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어른들께 혼이 났던 경험을 생각해보자. 그때 혼이 났던 일이 한 번에 고쳐졌는지. 혼이 날 때만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처럼 다짐했지만 어느새 며칠 뒤 또 똑같은 문제로 혼이 나지는 않았는지.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이 반성하는 모습에는 나름 사회의 협의가 있는 듯하다. 원인이나 맥락과 상관 없이 상급자가 화를 내는 상황에 통용되는 행동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진지한 얼굴로 눈은 내리 깔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상대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가 무언가 말을 종용하면 한 번에 대답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종용하면 그때 한숨과 함께 조심스레 입을 연다. 상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가능하다면 짧고 분명한 말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을, 그런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죄송하다는 말만을 한다. 그러다 상대가 그만 가보라고 하면, 상대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조심스러운 몸짓을 유지한 채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 자리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한 동안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안쓰럽게 봐줄 주변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반성하는 모습의 기본을 정리하자면 이와 같지 않을까.


스탠드업 코미디 도전기랍시고 글을 쓰면서 그닥 웃기지도 않은 글을 쓰는 것도 모자라 그 마저도 스스로 계획했던 일요일 연재를 지키지 못해 반성을 하던 차에 내란수괴로 대통령 자리에서 탄핵된 분의 보리밥집 목격 보도를 보고는 반성이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반성은 보리밥일까. 그분의 반성은 보리밥상일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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