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편영화 촬영을 준비 중이다. 촬영에 필요한 인력과 물품과 장소와 환경을 하나씩 갖추면서 정해진 시나리오와 예산과 시간에 맞춰 계획을 세운다. 갖출 건 갖춰야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를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영화를 찍는 데에 얼마나 들까. 기승전결의 꼴을 갖춘 단편영화라면 최소 1,000만 원의 예산은 들여야 하는 듯하다. 내 경험상 그렇다. 학교나 워크숍 등 참여 인력이나 장비에 돈이 들지 않는 이상, 그 정도의 예산은 들여야 현장에서 그나마 사람 답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그나마 살만한 집을 찾는 데 필요로 하는 최소 보증금에 해당하는 이 금액. 2025년 중소기업 신입사원 초봉 기준으로 6개월은 일해야 마련할 수 있는 이 금액을 말이다.
이만한 금액의 현금 묶음 다섯 다발의 관봉권 띠지를 폐기한 데에 따른 청문회 영상을 어제 보았다. 건진법사의 집에서 발견해 압수한 현금 1억 6천 5백만 원의 증거물 가운데 5천만 원의 관봉권 띠지가 사라진 경위에 대해 관계자들을 심문한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한국콘텐츠 산업, 특히 영화 산업이 왜 위기를 맞는지 알 것 같았다. 한국영화는 OTT 뿐만 아니라 검찰을 상대로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런 캐릭터를 어떻게 이기나. 더군다나 저 캐릭터는 찐인데. 이래서 픽션은 리얼리티를 이길 수 없다. 콘텐츠 산업이란 것은 결국 지는 싸움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