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 내가 커서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 질문을 할 때면 우리 어머니는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를 말씀하시곤 했다. 법학이나 의학에 이렇다할 관심이나 흥미가 없었던 나는 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곤 했다. 기껏 물어봐 놓고선 대답을 흘려 듣다니, 다른 기대한 대답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는 딱히 어머니의 대답이 진지하게 들리지 않아서 그랬다.
그 이후 대학에 갈 때가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법학과 의학에 이렇다할 관심과 흥미가 없었다. 의대는 갈 성적이 못 됐고, 법대는 갈 생각이 없었다. 그 덕에 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가 될 일이 없었다. 참 다행한 일이다. 괜히 정치권이나 범죄계에 엮일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공부를 좀 잘해서 의대라도 갔어봐라. 내가 맡은 환자 중에 조폭이라도 있었으면 나는 그날로 마피아 전속 힐러가 되는 거다. 진료 전에 환자의 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한 장영하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허위사실에 따른 유죄 확정을 내렸다. 이후 이 의혹을 보도했던 여러 언론사에서 후속으로 정정 보도를 냈다. SBS의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이 방송 내용과 관련한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알] 팀에서 사과문을 내놓는 동안, SBS의 SNS관리자가 “#살인”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과문 관련 기사 링크를 올리는 동안, SBS 노조는 다른 내용의 성명문을 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말하며, 대통령은 언론 길들이기를 그만두라는 내용의 성명문이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 중요하다. 언론에게는. 보도자료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 내놓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눈으로 보고 기사를 쓰는 언론에게는, 의혹 제기에서 끝내지 않고 밤샘 잠복으로 증거를 찾아 “직찍 사진”으로 끝까지 보도하는 언론에게는, 대량의 파쇄된 종이를 하나하나 짜맞춰 내용을 확인한 뒤 보도하는 언론에게는, 그 자유와 독립성이 정말로 중요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디스패치야 말로 참된 언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 모르긴 몰라도 세트장에서 로키(low-key) 조명 아래 멋진 목소리와 우아한 몸짓으로 “그런데 말입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김상중 배우님보다는 디스패치 기자들이 팩트에는 더 진심일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이다. 팩트를 추구하는 태도는 배우 보다는 기자에게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진실은 화려한 연출이 아닌 투박한 팩트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 소리를 끄고 보려고 한다. 그곳에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김상중 배우님이 무언가 얘기하는 무성 코미디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그 무성 코미디는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