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가진 특성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이다. 보통 인물 사진이나 웅장한 자연경관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기 때문에 이것을 굉장히 아쉬운 부분으로 생각하고 단점으로 치부해 버리기 마련이지만 나는 사진의 이 특징을 굉장히 좋아하고 재미있어한다.
도시는 감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레이어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이 각자의 원근감을 가지고서 내 눈으로 들어와 거리감을 뽐낸다. 하지만 사진기로 내 눈을 대신하여 그들을 바라보면 세상의 공간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것이 내 손바닥과 같이 보이게 된다.
이 사진은 레이어 간의 재미있는 관계가 유난히 잘 보인다. 우리는 학습된 인식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보인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저들은 이미 화면 또는 종이 위에 나란하게 누워있을 뿐이다.
고정관념을 지우려고 노력할수록 사진은 가지각색의 매력을 보여준다. 마치 따로 붙인 스티커처럼 하단부에 비스듬하게 누운 청계천로 표지판은 이 사진 안에서 가장 거짓말쟁이처럼 보인다. 사실은 햇빛이 드리우며 그림자가 지는 가장 정직하고 입체적인 부분이지만 오히려 너무나 정직해서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혼자 방향 감각과 중력을 상실한 채 사진에 끼어든 이방인처럼 보인다.
이처럼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사진을, 세상을 보기란 쉽고 지루한 일일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지우고 갓난아이의 시선이 되어 사진을 보면 세상은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입체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사진에 애정이 가는 이유 중에는 분명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학습된 감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평생을 바쳐 완전한 아이의 시선을 가지고 싶었던 피카소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