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6.

낡은 것과 시간의 깊이

by 비담토

신기하게 낡은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빛나는 새것만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프레임에 들어오면 달라진다. 시간을 품고 있지 않은 것들은 그 무엇보다 납작해지고 시간을 축적한 자들만이 그나마 얕은 입체를 뽐낼 수 있다. 마치 나이테처럼, 새싹이 나무가 되는 동안 시간의 때를 타며 거칠고 더러워지겠지만 텁텁하게 쌓여 굵은 나이테를 가지게 된 나무는 큰 존재를 세상에 내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따로 분리될 수 있을까? 공간이 공간으로서 깊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 길을 지났을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 공기와 먼지, 바람과 비를 떠올려보자. 의도한 것은 아닐지언정 각자가 가진 시간들이 길 위에 나뒹굴며 색을 칠했을 것이다. 색들이 섞여 결국에는 새카맣게 칠해졌을 것이고 낡은 것이 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끊어냈겠지만 다양한 모양의 시간이 겹쳐진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 존재를 붙이고 서있을 수 있을 정도의 깊이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무엇이나 오롯이 혼자의 시간만을 쌓을 수는 없으며 단색의 시간을 가진 것은 한 겹의 깊이 밖에 가질 수 없다.


우리는 사실 낡은 것들을 보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곡된 눈이 아닌 렌즈를 통해 한 발 떨어져서 볼 때, 그제야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깊이를 비로소 보는 것은 아닐까.


늘 공간을 지나는 시간을 인지해보자. 새로운 깊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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