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엄마가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주로 어르신들에게 듣는 말이다.
"첫째가 충분히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금세 동생이 생겨서 어째, 좀 짠하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자(?)가 있던 동생들이 들으면 "그나마 혼자만 사랑받았던 시간이 있었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 역시 연년생 첫째로서 17개월 만에 남동생을 마주한 꿀복이에게 마음이 쓰일 때가 종종 있다.
둘 다 아기지만, 꿀복이가 '누나긴 누나구나'라고 느낀 시기가 있었는데 그게 42개월 무렵이다. 꿀복이도 겨우 만 3살을 넘긴 아기인 시절, 두 돌인 동생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은 짠하면서도 기특했다.
동생 또복이가 두 돌 때쯤 미친 반항의 시기가 찾아왔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말은 안 되니 자꾸 떼를 쓰고 물건을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어느 날 떼를 쓰는 또복이를 야단치자,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우는 또복이에게 무반응으로 대응하고자 못 본 척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놀이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꿀복이가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겨 또복이에게 다가갔다.
"울지 마 울지 마 우리 아기 누나가 이짜나 웅?"
내가 항상 우리 남매들에게 "우리 아기"라면서 표현을 하는데, 그 표현을 쓰며 또복이 달래기를 시도하는 꿀복이 모습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당장 다가가 영상을 찍고 싶었지만 꾹 참고 꿀복이가 어떻게 동생을 달래는지 귀를 쫑긋하고 무관심인척 연기를 했다.
"우리 아기를 누가 그래쪄 괜차나 괜차나 뚝!"
(검지 손가락까지 야무지게 펴고 뚝!이라며 또복이 얼굴에 들이대는 그녀)
또복이가 계속 울자 꿀복이는 또복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둥가둥가를 시도했지만 힘이 달려 또복이가 들리지는 않았다.
"우쭈쭈 우쭈쭈 누나가 안아주께 우리 아가 착하지"
겨우 42개월짜리 누나가 동생을 달래주는 모습은 내 마음에 몽글몽글 무언가 피어나는 느낌을 줬다.
이때 난 만2세,3세 육아를 하며 미치게 힘들었지만 '둘이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거의 처음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