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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복 Apr 15. 2024

"붕어빵 가게 어디 갔지?"

꿀복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유치원은 도보 5분인 곳에 위치해 있다. 이전까지 다니던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현관문을 나서면 금세 도착했지만 유치원은 건널목도 지나고 여러 가게들과 카페, 편의점도 지나야 도착했다.


그리고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는 우리가 겨울 동안 방앗간처럼 들렀던 붕어빵 가게도 있었다.


3월이 되고 한 2주쯤 지났나. 조금은 포근해진 날씨에 붕어빵 가게가 철수했다. 나에게 붕어빵 가게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봄이 왔다는 거였다.


어느 날 업무가 일찍 끝나 꿀복이 하원을 시키기 위해 나섰다. 엄마 얼굴을 확인하고 "엄마다!"라며 웃는 꿀복이 손을 잡고 그 도보 5분인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었다.


우리 꿀복이는 유치원 등하원 길을 좋아했다.


"오늘은 카페 가서 딸기 라테를 먹을까?"

"편의점에서 솜사탕 하나 사는 거 어때?"


라며 내가 거절하지 못하는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매일매일 다른 방앗간을 '픽'하는 재미가 있어 보였다.


그날의 꿀복이 픽은 바로 붕어빵이었다.


"엄마 오늘은 우리 붕어빵 사가자! 난 슈, 슈가 들어간 붕어빵 먹을래"


"그런데 이제 날씨가 따뜻해져서 붕어빵 가게가 문을 닫았는데 어쩌지? 겨울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꿀복이는 붕어빵 가게가 없어진 곳을 다소 충격받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해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엄마 날씨가 따뜻해졌는데 붕어빵 가게가 왜 없어져?"


'으잉?'


순간 나도 '맞네' 싶었다. 붕어빵은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따뜻하거나 선선해도 맛있는 건데.


꿀복이는 맛있는 붕어빵을 왜 추운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얼른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


우리 꿀복이에게 산타 말고 또 겨울이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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