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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복 Apr 08. 2024

"나 심장 많아!"

만 3살의 꿀복이와는 자기 전에 꽤 긴 문장의 대화들이 가능했다.


최근 TV에서 가수 장윤정 씨가 딸 하영이에게 '엄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일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장윤정 씨가 '나는 너에게 심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랑한다'라고 말했더니 '그럼 날 사랑하지 마라'라고 했다나.


문득 꿀복이는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


"꿀복이는 엄마를 얼마큼 사랑해?"


"우주만큼! 엄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해?"


"엄마는 꿀복이한테 심장을 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해"


"심장이 뭔데?"


"(내 가슴에 귀를 대어주며) 콩닥콩닥하는 소리 들리지? 그게 심장이야. 심장이 없으면 죽게돼"


"죽는 게 뭔데?"


"음.. 왕할아버지 산소 가봤지? 사람이 죽게 되면 그렇게 땅으로 가게 돼. 그럼 이렇게 꿀복이를 안아줄 수도 없고 예쁜 꿀복이 볼 수도 없고 뽀뽀도 못해주고 만나지도 못하겠지? 그게 죽는 거야." (적당히 하늘나라에 간다고 해도 되지만, 나란 인간은 T 성향이 조금 더 강하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꿀복이는 아주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나한테 심장을 주면 엄마 왕할아버지처럼 땅에 들어가게 돼?"


"응"


"엄마 그럼 나 심장 주지 마! 나 심장 많아! (손가락을 다 펴 보이며)나 이렇게 열개나 있어! 엄마 갖고 있어. 절대 꺼내지 마?"


심장이 많다며 넣어두라는 꿀복이의 말은 아주 귀여운 문장이었지만 나는 또 눈물이 났다.


"꿀복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 눈물 난다"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


그렇게 모녀는 죽음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눈물 젖은 뺨을 맞댄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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