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복 Apr 04. 2024

"내 마음을 빌려줄게"

나는 썩 완벽한 엄마는 아니다.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키즈 교육 관련 계정을 팔로우 해두었더니 '아이의 인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말' '아이 자존감을 낮추는 말' '이 말은 하지마세요' 등의 각종 지침 피드가 자주 올라다.


읽어보면 나를 그대로 옮겨둔 듯한 흠칫하는 것들도 많은데, 안해야지 하면서도 아이가 고집을 피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는 여지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말들도 많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럼에도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는데 무조건 "안돼"라고 하기보다는 "그러면 엄마 마음이 안좋아" "꿀복이가 그렇게 행동하면 동생이 속상하겠지" 같이 에둘러 표현해주는 것이다.(물론 못지킬 때가 훨씬 많다)


그러던 어느날, 맞벌이를 하면서 회사 일을 비롯해 집에서 아이를 봐주는 친정 엄마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나는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신이 지쳐있었다.


그러나 하원 후 에너지가 넘치는 꿀복이와 동생 또복이는 내 양팔을 잡고 서로에게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며 "블록 쌓자" "인형놀이 하자" "빠방을 가져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남편은 나보다 2~3시간 늦게 퇴근해 집에 들어왔는데, 내가 하원하고 아이들 저녁 밥을 먹이고 실컷 놀아주고 나서야 들어오니 나의 불만도 조금씩 쌓였던 상황이다.


그러다 남편이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퇴근한 것이 내 안의 그것과 시너지를 일으켜 작은 불꽃이 되었다. 퇴근하는 남편을 보자마자 나는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고


"마음이 진짜 너무 안좋다"


라고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혼잣말도 아이 맞춤형으로 하는 나를 보고 조금 놀랐다.래라면 "하 진짜 짜증나네"를 비롯해 조금 더 과격하게 말했을 나다.


옆에는 꿀복이가 있었는데 "마음이 안 좋다"는 나를 보곤 물었다.


"엄마 마음이 사라져버렸어?"


"응, 오늘은 엄마의 마음이 어디로 잠깐 도망간 것 같네"


꿀복이는 이내 '어떡하지'라는 쳐진 눈썹의 얼굴을 하곤 조금 고민하더니 말했다.


"엄마 그럼 내 마음을 빌려줄게. 내 마음은 내 거지만 엄마한테는 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나는 금세 남편이 늦게왔다는 사실도 잊고 "어머 오빠 얘가 뭐래는줄 알아?"라며 종알댔다.









이전 05화 "일 안 하고 뭐 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