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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복 Mar 19. 2024

"일 안 하고 뭐 해~"

첫 잔소리

꿀복이와 또복이(둘째)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평일엔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할머니의 말투를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꿀복이가 30개월, 이제는 웬만한 간단한 대화는 자유롭게 가능했던 때다.


서재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작은방 책상에서 업무 중이던 나는, 막 급한 기사거리들을 마감하고 잠시 허리를 젖히고 앉아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렸다.


엄마가 한 숨 돌리는 때는 귀신 같이 알아차리는 우리 아가들. 꿀복이가 다가와 몇 초간 가만히 내 모습을 지켜보더니


"일 안 하고 모해~"


응?? 그동안 "엄마 좋아" "젤리 주세요" "토끼가 당근 달래요" "야채는 안 먹어" 같은 순진무구한 이야기만 주로 들었던 나는 순간 우리 엄마로 빙의한 딸의 모습에 벙쪘다.

종종종 걸어 다니는 조그마한 딸이 우리 엄마를 따라 나에게 처음 잔소리(?)를 한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내 깔깔 웃었다.


꿀복이는 내가 웃으니 따라서 배시시 웃더니 또 어질러진 책상을 가리키며


"이게 다 야~"


2 연타로 잔소리를 늘어놓 꿀복이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이야기를 한냥 뿌듯해 했다. 그 모습을 본 난 잔소리꾼이 하나 더 늘었음에도 왜인지 기쁨이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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