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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복 Mar 14. 2024

"엄마 좋아"

내가 너의 우주구나

꿀복이가 27개월 때 다양한 단어를 말하기 시작할 즈음이다.


"이거 어때" 정도의 문장을 말할 때였는데 겨우 2형식의 말을 하는 쪼꼬미가 가끔 내 속은 어찌나 뒤집어 놓는지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아침에 등원해야 해서 너무너무 바쁘게 준비 중일 때 꿀복이가 떼를 쓰고 소리 지르면 내 안에도 버럭 화가 치솟았다.


결국 참지 못할 때도 있어서 왁! 하고 윽박을 지르는 때도 생겼는데 그럴 때면 꿀복이가 깜짝 놀라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럼 난 또 그 얼굴에 놀라 안아주면서 자책했지만 등원 시간에 쫓긴 나는 제대로 사과도 못한 채 헐레벌떡 어린이집에 꿀복이를 데려다줬다.


이맘때쯤부터 꿀복이는 자면서 잠꼬대를 했는데 "하하하" 이런 웃음소리까지 아주 다양한 잠꼬대를 해서 피식 웃음을 자아냈었다.


나한테 혼이 난 날 밤에도 꿀복이는 잠꼬대를 했는데, 꿈속에 내가 나왔는지 나지막이


"엄마 좋아....."


라고 말했다. 곤히 자면서도 꿈에서 나를 만나 내가 좋다고 하는 꿀복이를 보면서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가 화를 내도, 소리를 질러도 너는 내가 좋구나.


분명 꿀복이를 처음 품에 안을 때 엄청난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이 험한 세상에서 너를 잘 지켜주고 밝게 크게 해 주겠다'라고 다짐했는데. 그런 아이에게 오히려 내가 '험한 이'가 되어 윽박을 지르다니. 만 2세인 너에게 고작 등원 준비에 잘 따라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너그러운 우주가 되는 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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