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 전까지 만나왔던 '직장인' 선배들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중 내 기억에 남는 단 하나의 문장은 "대학생 때가 좋았다"는 거였다. 1학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군 전역 후 복학, 그리고 남은 학기들을 보내면서 그 문장은 조금씩 와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 3년차에 접어든 지금, 나 또한 대학생 동생들이나 학교 후배를 만나면 선배들과 똑같은 말을 한다. 왜? 왜 우리는 대학생이 부럽고 대학생활을 그리워할까?
대학생 때 기억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 별별 기억이 다 있다
자유와 책임의 차이, 그리고 돈
대학생 때는 '공부'에 대한 자유가 있었다. 물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만큼 내가 원하는 직업과 꿈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었겠지만, 수업에 가기 싫다면 하루쯤 '자체 휴강'을 한다고 뭐라 말할 사람도 없었고 그에 대한 책임도 나 혼자 짊어지면 되었다. D와 F로 점철된 성적표는 나의 졸업 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부족한 성적을 채울 다른 스펙과 역량을 키우면 되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직장은 다르다. 직장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곳이다. 그리고 나의 업무와 능력에 따라 회사는 매출을 내고 경영을 한다. 내 옆에는 동료가 있고 상사가 있다.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업무를 처리해야한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적게는 주위 동료, 크게는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기에 행동도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도 커진다. 받는 월급이 많아질수록 업무도 복잡해지고 양도 많아지니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더욱 심한 고통에 빠진다.
몸이 아픈 것도 문제이지만, 마음의 병이 직장인에게 가장 큰 타격이 아닐까
물론 연차가 쌓이고 적응이 되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몸과 정신을 케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에서 사회초년생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급격한 변화는 적응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원하던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신입사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 - 사실 이게 제일 슬프다
고등학생 때까지와 대학생 때의 친구 사이는 약간 다르다고 한다. 그래도 대학생 때까지는 서로와 이야기를 해보면서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서로의 '관심사'와 '성향'으로 모일 수 있다. 만약 이야기해봤는데 나랑 맞지 않는다? 혹은 말다툼으로 인해 사이가 멀어졌다? 같은 과나 동아리로 인해 아예 안볼 순 없더라도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정도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는, 대학 때 만나는 사이가 마지막이다.
직장인 인간관계의 최악 = 정치질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라는 말이 있어도 왜 '직장 친구', '회사 친구'라는 말은 없는가? 회사에서는 친구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인간관계는 표면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말이 잘 통하고 함께 일하면 능률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 안에서의 케미가 맞을 뿐이지, 업무 외적으로도 케미가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나도 여러 회사를 경험하면서 한계를 느꼈다. 출근하고 난 이후에는 서로 친하게 지내고 점심도 매일 같이 먹을 수 있지만 퇴근 후, 혹은 누군가 퇴사하고 난 이후 그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더라. 요즘은 대학교 팀플에서 회사와 비슷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일이 있지만 그건 그래도 귀여운 수준이다(너무 꼰대스러운 발언인가). 회사에 오면 거대한 흑막과 암투가 신입사원들을 기다리고 있다(물론 아닌 회사도 많음 ㅎㅎ)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오히려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와 너무 친해졌다고 나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힘든 점을 털어놓는다면 그건 언젠가 부메랑처럼 약점으로 돌아와 내 뒤통수를 칠 수 있다. 나에 대한 뒷담화가 나오고, 정치질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인간관계가 되는 결과다. 그렇기에 나도 항상 선을 지키려고 한다. 친해지고 말을 편하게 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게 서로 편하다.
과거를 그리워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뭘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
우리가 평생 수십, 수백 번도 한풀이처럼 할 말이다. 나도 정말 많이 말한 것 같다. 대학생 때는 고등학생 때가 좋았고, 군인일 때는 민간인일 때가 좋았고, 이렇게 직장인이 되니 군인 때와 대학생 때가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면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의미없는 그리움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과거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서른이 되면 20대를 그리워하겠지). 그러기에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한다. 나중에는 하지 못할 일,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 물론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기에 하고 싶은 걸 다 한다고 해서 후회가 전혀 없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능동적인 삶은 만족스럽다.
대학생들은 직장인이 부러울 것이다. 등록금을 내기는 커녕 회사에서 돈을 받아서 멋있게 쓰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저런 멋진 직장인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워너비'가 될 수 있다. 부러워하기보다는, 부러워서 '되고 싶은'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불평하고 한탄하며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고, 좀 더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시간에 투자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