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는다면, 생각보다 돈을 쓸 곳은 적다
수능 다음 날부터 알바를 시작했었다. 내가 내 시간과 몸을 써서 어딘가에 일을 한 후 돈을 받는 '노동'을 경험한 후 나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나를 키워주셨고, 그 때부터 나는 용돈을 전혀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내가 번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졸업 후 직장인이 되고 월급을 받으면서는 알바 시절보다 꽤 큰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나름 잘 저축하고 있다. 물론 집이 서울에 있어서 자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 다른 사람에 비해 자체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하지만(자취하는 사람은 저축하기가 진짜 힘들어 보인다) 나는 친구들에 비하면 돈을 잘 모으는 축에 속한다. 오늘은 나의 돈을 모으는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월급에서 얼마나 저축할 것인가?
내가 오래 일했던 호텔에서는 일일알바의 형태로 일을 했는데 돈을 주급으로 받았다. 매주 화요일마다 돈을 받았는데 매주 출근하는 횟수가 조금씩 다르다보니 받는 돈도 달랐다. 이 때 나의 저축 목표는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을 더 많게만 하자'였다. 사실 대학생 시절 알바를 할 때는 돈 쓸 일이 지금 직장인 때보다 더 없었다. 밥은 직원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타이밍이 맞으면 하루 세 끼 다 먹을 수도 있었다) 9시간의 일이 끝나면 딱히 갈 곳도 없었다. 몸을 쓰는 일이라 퇴근하면 지쳐서 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휴학을 했던 2015년은 정말 돈을 많이 모았다.
직장인이 된 후에는 월급에 따라 저축액을 정해놓고 소비를 하는 습관을 가졌다. 예를 들어 내가 세금 제외 후 200만원을 받는다면, '150만원 저축'이라는 목표 설정 후 한 달 생활비를 50만 원으로 쓸 수 있게끔 소비를 조절했다(여기서 생활비에는 통신비, 식비, 교통비 포함이다). 미리 저축액을 설정해놓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합리화를 하면서 돈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이 계획은 현재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계획적인 소비를 몇 년치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한 달 정도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돈을 아낄 수 있는 달이라면 쇼핑을 해도 괜찮겠지만, '긴축 재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야 한다. 그 정도의 탄력성 있는 삶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필수 지출'을 줄이는 게 저축의 생명
현재 나의 월 소비 중에서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2개다. 바로 '통신비'와 '교통비'. 식비와 같은 경우에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면 아낄 수 있는 비용이다. 통신비와 교통비는 합쳐서 10만원 내외다. 핸드폰은 데이터가 가장 적은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느린 데이터 무제한 옵션을 사용한다. 교통비는 어쩔 수 없다.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니까(다만, 주말 외출을 최대한 줄여서 교통비를 아낀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머리도 한 달에 한번 자르니 그것도 정기적으로 쓰는 돈이라고 할 수는 있다. 만약 밖에서 밥을 사먹었으면 식비로 최소 15만원은 사용했을텐데, 도시락 덕분에 이 돈을 아낄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크다.
사람마다 필수 지출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를 것이다. 나의 성향은 별로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기 때문에 무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 쇼핑에 쓰는 돈이 극히 적다(먹고 싶은 건 많은 편). 필수 지출이 적기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내가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쓸 수 있다. 나는 취미생활로 볼링을 치는 편인데, 매주 정기전에 필요한 게임비 등을 이럴 때 사용한다. 긴축 재정이 필요할 때는 격주로 가는 편인데, 이렇게 자신의 소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간식도 은근히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빈도를 줄이는 편이다. 금요일에 닭강정이나 분식을 먹는 정도? 예전에는 먹고 싶을 때마다 나가서 간식을 사먹는 편이었는데 이게 은근 돈이 많이 나간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는 최대한 집에서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는 생각보다 무언가 많이 채워져 있지는 않은 편이다 ㅋㅋㅋ 도시락과 함께 집에서 먹는 음식들이 많다.
기록을 하고 정기적으로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용돈기입장을 썼다. 내가 어디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라도 알아야 했다. 직장인이 되고난 이후에는 돈관리 어플도 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스마트폰과 엑셀에 월 소비를 적어나가고 있다. 필요할 때는 돈이 과다하게 지출될 때도 있지만 최대한 조절을 통해 생각해놓은 저축액은 잘 맞춰나가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서 꽤 많은 돈이 쌓였다. 물론 결혼이나 나중 미래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기는 하다. 하지만 소비 습관 자체는 잘 들여놓은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하다. 매월, 혹은 매주 소비에 대한 피드백을 자신에게 주면서 올바르게 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을 '안쓰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구두쇠처럼 모아야되는 건 아니다. 요즘은 리워드앱도 많고 직장인이 부업을 할 수 있는 루트도 다양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쓰기 공모전' 등에 종종 참가한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도 하면서 입상을 하면 상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학생 때도 꽤 많은 부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주업을 가장 잘해 월수입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수입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수입원도 없을 것이다. 사회초년생이 어찌보면 가장 돈을 모으기 좋은 시기일 수 있다. 불평, 불만보다는 계획을 먼저 세워보도록 하자.
사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