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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러운 직장동료의 퇴사

회사와 직원간의 예의, 남은 사람들의 복잡한 생각과 차질이 생긴 업무

by 김황래
아무 말 없이, 하루 아침에 동료가 퇴사했다


전 직장에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입사한지 몇 주가 지난 참이었다. 한창 회사 적응과 동시에 업무를 배우고 있었다. 배우는 업무는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할 일이 꽤 많고 귀찮은 것이었다. 그래도 처음 배울 때 확실하게 배워야 그 이후 노하우가 생길 것 같아서 인계를 해주시는 분에게 열심히 배웠다. 이론을 어느정도 마친 금요일, 다음주부터는 내가 직접 해보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하면 얼추 인수인계가 끝날 것 같아, 잘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금요일에 퇴근을 했다. 그리고 인계해주신 직원분과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퇴사 직원을 'A'라고 부르자)

111.PNG 퇴사는 개인의 자유지만, 회사와 지켜야할 선은 당연히 있다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정해진 출근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A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무단으로 퇴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대표에게 전화로 더 이상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통보'다. 통보를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인원과 기간의 유예가 필요했지만 A는 그런 것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는 충격에 빠졌고, 나는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그 후 나는 정신없이 A가 하던 일을 진행했다. 한 명의 퇴사로 인해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이 증가했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는데 완벽하게 인수를 받지 못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다. 물론 회사의 업무 체계도 주먹구구식이어서 갑작스런 인원 공백에 대한 대비도 없었다.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직원도 예의가 없었지만, 회사는 더욱 가관이었다


A가 무단으로 퇴사한 시기는 월말이었다. 그렇다면 A가 해당 월초부터 퇴사 전 날까지의 월급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슈가 나왔다. 회사 측에서는 '괘씸하니 주면 안된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퇴사는 물론 잘못된 일이었지만 '괘씸하다'는 이유로 월급을 주지 않는 건 회사가 참 멍청해보이는 발언이었다.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모습이 한심했다.

cm08214516.jpg 무단 퇴사는 결국, 해당 직원을 케어하지 못한 회사의 잘못부터 시작이다


그 후 몇 주가 지났을까. A가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를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를 찾아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결국 A는 피로회복제 한박스를 들고 오후에 퇴사한 회사에 찾아왔다. 회사의 No.2라는 팀장은 그 직원이 온 것을 알면서도 못본 척하는 아주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단 퇴사는 잘못된 일이었지만 이야기를 잘하고 좋게 끝낼 수 있었다. 회사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서성이던 모습이 신경쓰인 나는 회의실로 A를 안내했다. 그 후 팀장이 들어가고 1시간이 지났다.


팀장이 회의실을 나온 후 들어가보니 A는 울고있었다. 팀장이 얼마나 '조졌으면' 울고 있었을까. 평소에도 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A는 그 이후 대표실로 들어가 또 1시간을 혼나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배웅하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언젠가 한 번 만나자고 말은 했었지만 결국 그 이후 만날 수 없었다. 그래도 월급은 받았겠지.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처음으로 그 회사를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cb036117386.jpg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손절해야한다. 버티는 것도 회사 나름이다


나보다 오래 A와 일하는 직원들 중 몇몇은 알고 있었다. A가 맡은 업무를 힘들어한다는 걸. 그리고 그 이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회사의 문제라는 걸. 하지만 회사는 A의 태도만을 문제삼으며 도움 요청을 무시했고, 결국 이 사태가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무단 퇴사'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A의 탓만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 후 퇴사하는 직원은 입사하는 직원보다 많아지며 남은 직원들은 점점 힘들어졌다.


중소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직원이 회사에게 바라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딱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소통'이다. 월급은 나중 문제다. 내가 일이 힘들거나 맞지 않을 때, 나의 고충을 회사가 들어주고 해결해주거나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회사에 애사심이 생기고 소속감이 생긴다. 그리고 좀 더 노력을 하게 되고 성과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소통을 피하고 열정만을 강요한다면? 정이 떨어진다. 회사가 작을수록 직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한데, 이런 태도는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회사에서는 끊임없는 논란과 불만들이 나왔다. 하지만 회사는 해결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었다. 결국 퇴사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경력 있는 직원들이 퇴사한 후 그 자리를 신입들이 채우면서 업무의 질은 떨어지게 되었고 남은 직원들의 업무만 과중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나도 그 모습에 회사의 미래를 볼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ti352a2711.jpg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기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취업시장에서는 취준생들이 너무 대기업만 입사하려고 하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으려고 해 '인력난'이 심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취준생들의 '높아진 눈'을 욕하는데 그 전에,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중소기업을 'ㅈ소기업'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은 사건들은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만 들어가도 수두룩하게 경험한다. 나도 그러한 경험들을 직접 하기도 했다. 물론 무단 퇴사는 회사와 직원 둘 다 잘못한 것이 팩트지만, 사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전체적으로 보고 해결방안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 A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본인이 존중받는 곳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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