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과 취업준비생, 그리고 인턴이 되기까지의 과정
영원할 줄 알았던 대학생활이 끝났다
2017년 2월 22일, 졸업식을 위해 학교를 향하던 날의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한 날씨였고, 함께 졸업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던 와중, 결국 빗방울이 떨어졌다. 구름에 가려 흐린 하늘처럼 졸업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마음도 복잡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시작된 숙제 '입시'는 대학교를 입학함과 동시에 클리어, 그리고 그 직후 시작된 다음 숙제 '대학교 졸업'이 끝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번째 숙제에 보너스 미션이었던 '취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본인이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한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처럼 졸업식 다음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채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받은 친구들도 많았다.
졸업식 다음날인 2017년 2월 23일부터, 나는 공식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친구들과 장난으로 '나 이제 백수야'라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나는 이 날부터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이 되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실업률'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취업을 위해 나름 생각해둔 직무도 있었고, 졸업 후의 계획도 있었다.
제일 가고 싶었던 회사의 추가 전형에 서류합격해 면접을 보러갔었다. 6명이 함께 면접이 들어갔고 면접관은 3명이 있었다. 경쟁자들에 비해 대답을 조리있게 잘했고, 예상했던 질문도 나와서 준비해간대로 대답을 했다. 머리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면접장을 나오는 그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그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그리고 3일 후, 나는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취업준비생으로서의 하루는 '고통스럽기'보다는 '애매함'의 연속이었다. 필요하기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예상면접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보며 면접 정장도 준비했다. 체계적인 준비와 전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실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온 기회
2017년 5월이었다. 상반기 취업 시즌에서 5월이 되었다는 건, 서류와 필기전형은 거의 모두 마무리되고, 면접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앞선 면접 이후 나에게 또 다른 면접의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이번 상반기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SNS에서 하나의 광고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고용디딤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전문적인 직무교육을 받고 스타트업, 강소기업 등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였고 회사들에는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장.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직무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고, 하반기 취업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원서를 썼다.
서류합격과 면접을 통해 나는 고용디딤돌 모집에 합격하게 되었고, 2개월간 직무교육을 받았다. 집에서 먼 거리의 대학교에 매일 아침 일찍 등하교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오래동안 취업하지 못하고 집에서 정체되는' 일이었다. 하루 8시간의 교육과 과제,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이 배웠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17년 8월, 나는 직무교육 수료와 함께 생애 첫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취업이 끝이 아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출근을 해 자리를 배정받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한 첫 직장은 규모가 아주 작은 IT 관련 스타트업이었는데, 나이처럼 굉장히 젊은 마인드의 대표님과 구성원분들 덕분에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굉장히 다행이었다. 취업하면 만나게 될 수 있는 '최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나름 긴장하고 출근했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업무를 하면서 나를 답답하게 했던 부분은 생각보다 의외의 곳에 있었다.
직장인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 어느정도 연차도 쌓인 직장인이라면 당연하다고 공감할 이야기. 하지만 첫 직장에 인턴으로 들어간 나는 그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선생님에게 배정받은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고, 선생님이 출제하는 시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했던 대학생활과는 달리, 직장생활은 '과제'조차 스스로 찾아야 했다.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하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부분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찾았고, 야근을 하거나 주말 시간을 쪼개 스터디도 했다. 하지만 나의 노력에 대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고, 3개월의 인턴기간이 끝나갈수록 초조해졌다. '다시 백수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에 잠을 설치는 일도 잦았다.
결론적으로, 3개월의 인턴 기간이 지난 후 나는 첫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회사의 대표님은 여러모로 부족한 나에게 정규직 제안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부족했던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그 제안을 수락할 수 없었다. 직무교육을 통해 마스터했다고 생각한 나의 능력은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회사, 특히 스타트업을 다니는 직장인의 태도 측면에서도 나는 불합격이었다. 나는 당장 받지 못하는 월급으로 인해 겪게 될 경제적인 부담, 경력이 단절됨으로서 생길 문제들은 당시의 내가 신경쓸 게 아니었다. 퇴사를 하던 날 회사를 나오면서 든 생각은, '진짜 직장인이 되어야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사진 출처 : 인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