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의 시작, 인생을 돌아봄과 동시에 한번쯤 절망에 빠지는 고독한 시간
취업 준비를 하려면 뭐부터 해아할까?
졸업식 당일부터 했던 생각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포함해 우리는 알고 있다. 취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물론 '본인의 진로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다' 등의 대답도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기준 말고 객관적인 '취준생'의 첫번째 취업 준비 작업은 누가 뭐래도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내가 누군지를 알려야 회사가 나를 뽑아줄 테니까.
우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말을 잘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까지야 굳이 나를 어필할 필요가 없어도 관심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입시'의 틈바구니에서 다른 곳에서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었으니. 그렇게 대학교에 가서 자기소개를 해야할 시간이 되면 몸이 얼어버린다. 얼버무리다가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을 나도 경험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소개가 익숙치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을 말해야할지 몰라서'다. 이름과 나이, 기껏해야 현재 사는 곳과 고향, 그 이후에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취미? 특기?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 무슨 소개팅인가? 요즘은 소개팅에서도 그런 식의 자기소개는 안한다. 나의 어떤 부분을 말해야 상대방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소개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의 문제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회사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면접에서 '1분 자기소개'를 해야하는 이유는 당연히 회사가 그 사람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십년 동안 함께 일해야하는 사람을 정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눈대중으로 뽑을 수는 없다. 게다가 정원에 비해 지원자가 많다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임팩트있게 소개해야 한다. 그래야 기억에 남기 떄문이다. 자기소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지겹게 들어온 '남들과 차별화된 자소서'다.
글쓰기를 좋아해 국문과에 진학했고, 그래서 나름 남들에 비해 글은 자신있었던 나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은 굉장히 힘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니까.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데 어떻게 글을 조리있게 쓰겠는가? 그래도 그 와중에 도움이 되었던 건 바로 '블로그'였다. '스펙 쌓기' 용도와 더불어 '일기'의 용도로 활용했던 블로그가 자기소개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기억들과 추억들, 그리고 나의 노력과 그에 대한 결과물이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남아 있었다. 포스트 하나하나에는 그 당시 느꼈던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기에, 글과 사진을 보는 순간, 그 때가 바로 생각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험들 자체가 나에게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자기소개서는 나에게 '직무에 맞는 능력'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인턴 경험도 없었고, 지식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도 없었으며, 많은 대외활동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증명할 수단도 없었다. 그야말로 회사에게 나를 확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글빨'로만 승부하기에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부족했던 거다.
그렇게 한번쯤 절망에 빠진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거지?' 단연코 자소서를 써봤다면 한번쯤 자문해봤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쓰지 못하고 깜빡거리는 빈 커서만 보고 있을 때의 그 답답함. 그건 마치 글을 쓰는 작가가 원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과 비견할 정도의 고민이다. 대학교 4년(휴학을 했다면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왜 학점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는지, 그 흔한 자격증 하나는 왜 따놓지 못했는지, 토익점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왜 이렇게 낮은 건지 등등 나에 대한 온갖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불만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역량과 의지 등을 표현하면서, 꾸준히 내 능력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 글을 쓸수록 실력이 키워지는 것이기에 자소서도 여러 번 쓰다보면 서류 전형에서 합격할 수가 있다. 물론 서류 합격은 취업 과정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첫 시작부터 좌절하고 들어가면 그 이후의 험난한 과정을 견디기 힘들기에 고민과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소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기에 컨설팅을 해주는 학원들도 많다. 그 곳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에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서류를 합격해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도 '나'고, 최종합격해 그 회사에서 일을 해야하는 사람도 '나'니까. 첫 서류합격의 기쁨,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나머지 전형들도 임하다보면 최종합격은 남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직장인이 되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내가 과연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몇 백번이나 할 정도로 고민과 방황이 심했으니.
사진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