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면접 제의를 받고, 회사에 방문하며 느낀점
인생은 면접의 연속
내 인생 첫번째 면접은 대학 입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정시로는 가망이 없다는 판단에, 수시에 목숨을 걸다시피 전형을 준비했다. 내가 주로 준비한 건 논술. 나름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수시 전형을 접수할 학교를 정하면서 면접 전형도 하나 보기로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면접'이라는 게 뭔지 몰랐다. 그냥 면접관이랑 이야기 몇 마디 하다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준비를 하나도 안했던 나는 물어보는 질문에 거의 대답을 못하며 '광탈'했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헛웃음 나오는 시절이다. 다행히 나는 열심히 준비했던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나의 첫 면접 합격은 군대 때다. 훈련소 후반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각종 부대에서 훈련병들을 차출하기 위해 왔었고, 나는 한 사관학교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쪽에서 내 번호를 불러 동기들과 함께 갔다. 가장 첫번째로 내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당시 조교들이 그 부대에 가면 편하고 좋다고 하길래 "꼭 가고 싶습니다"(물론 이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다)는 메시지를 어필해 합격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꽤 편한 군생활을 할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면접'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엄청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물론 대기업이나 공기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노크를 몇번 해야하는지', 면접이 끝나고 '인사의 각도는 몇 도로 해야하는지'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하는 게 필욜했지만 나는 아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태도와 '선'만 지키면서 최대한 '내 방식대로' 면접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꽤 잦은 횟수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은 보통 내가 지원해서 연락이 오거나, 회사 쪽에서 먼저 면접 제의를 해 보러 가는데, 나는 제의를 주는 곳들은 별로라고 생각되는 곳이라고 해도 면접을 보러 갔다. 궁금했다. 왜 나를 뽑고 싶을까? 이력서와 자소서의 어떤 부분을 보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을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면 안된다?
규모가 어느정도 큰 기업의 공채인 경우에는 어느정도의 면접 방향이나 질문이 정해진 경우가 많다. 대놓고 '우리는 이거 물어볼겁니다'라고 주는 경우도 있지만, 디테일하게 보면 질문 자체는 바뀌어도 '뭘 물어보고 싶은지' 의도는 정해져 있다. 취준생들도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관련한 정보를 파악해 답변을 준비해 간다. 달달 외워가는 경우도 있고, 키워드만 기억해 말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표현하는 거야 사람 스타일마다 다르고, 준비한 만큼 조리있게 말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면접에서의 불문율은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는 어느정도 룰이 있는 곳이고 '조직의 조직원'으로서 생활해야 하기에 나의 성향을 숨긴 상태로 '내가 이곳에 가장 어울리는 인재다'라고 어필해야한다. 그래야 경쟁자를 제치고 입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나 그대로' 입사하고 싶었다
나는 어느곳에 면접을 가든 '1분 자기소개' 이외에는 거의 아무런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다. 마케팅에 대한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모든 지식을 다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의 능력에 대한 부분도 면접 당시 속인다고 해서 입사 후에 없던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현재의 나의 모습과 입사 후의 '이렇게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만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준비를 하지 않은 탓에 면접 자체를 망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무난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 채용사이트에서 연락이 오는 곳들의 경우에는 많은 면접자를 한번에 테스트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정해진 틀도 없어서 면접관이 궁금해하는 걸 솔직하게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많은 곳에서 합격 연락이 왔었고, 합격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건들 때문에 입사하지 않은 곳도 꽤 많았다.
나는 면접을 대할 때마다 '갑을'관계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공채가 아닌 채용사이트를 통한 면접 제의의 경우, 특히 회사에서 먼저 면접 제의를 준 경우에는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알량한 자존심일 수도 있지만, 차라리 그게 속 편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확인하면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회사에 활용할 수 있고, 나는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 함께 일하는 거다. '회사-직원'보다는 '파트너'의 관계로 면접을 진행하면 좋겠다(내가 회사 대표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너무 예의없게 군다거나 면접 이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선을 넘으면 안된다. 면접관도 바쁜 시간을 쪼개 나를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면접 시간에 늦지 않고, 면접 전과 후 인사는 바르게 해야하고, 그 후 입사 여부에 대한 연락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건 '기본'이다.
그냥 하나의 새로운 만남이라고 생각해보자
면접이라고 하면 무심코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취준이 끝나면 면접도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입사 후에도 새로운 사람을 꾸준히 만나게 된다. 회사 동료부터 시작해 거래처 사람들, 동호회 사람들. 전혀 모르던 사람을 처음 만나는 부분으로 생각하면 모든게 면접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만 버릴 수 있다면, 면접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까? 답을 찾기보다는, '나만의 답'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모든 취업이 다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