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다니면서 월급(?) 받기,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최근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건 따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으니 여기서 더 언급할 건 아니고, 그래서 결론은 나는 백수가 되었다. 5년 넘게 이어지던 '월급'이라는 정기적인 수입원이 없어진 상태다. 백수가 된 나의 수입원은 이제 과거에 '풍차 돌리기'로 가입해 놓은 은행 정기예금의 만기 이자금액 정도다(월 20~30만원?). 그렇다면 나는 이제 돈만 써대면서 잔고나 까먹는 인생을 사는 것인가? 아니면 20대 백수일 때처럼 월 20만원의 초긴축 재정 상태에 돌입하는 것인가?
다행히 그건 아니다. 권고사직을 당한 나에게는 한 줄기 희망, '구직급여(실업급여는 틀린 말이란다)'가 있으니까! 구직급여는 자의에 의해 퇴사하지 않은 사람이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금이다.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상태에서 해고나 권고사직 등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전전 직장 포함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용보험이 있었으니 당연히 해당이 되지. 그리고 자의에 의한 퇴사가 처음이라 구직급여도 처음이다. 퇴사일이 정해지고 지난 후, 고용보험 홈페이지를 확인한 후 바로 신청했다.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방법은 블로그에 너무나 잘 나와있어서 그냥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신청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청하는게 맞나? 내가 지금 쉬는게 맞나? 그냥 연봉 높여서 회사 들어갈까?' 물론 '조기재취업 수당'이 있으니 급여 받다가 취업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벌 수 있을 때 쭉 벌어놔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월급보다 못하는 돈을 받고 집에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아니면 휴식의 때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구직급여를 받는 '취업준비생'이 되기로 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
5년 동안 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다. 물론 백수가 되어 몇 달 동안 논다고 그 기간 내내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금방 다 할 수 있을 거고, 그 이후 시간부터는 노는 게 결국 '고통'이 될 거니까. 회사를 다녀야 주말이 의미가 있고, 휴가가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가 다 휴가고 주말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말 그대로 탱자탱자 백수지. 그래서 그냥 바로 다른 회사 이력서 넣고 면접 준비를 할까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회사든 들어갈 순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이 때가 아니면 그나마 경제적으로 걱정 덜하고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경력직'으로 이직하는만큼, 좋은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준비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구직급여를 신청했고, 덕분에 돈을 쓰면서도 약간 걱정을 덜하게 되었다. 백수 상태에서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다'는 게 진짜 큰 것 같다.
7개월 다 받지는 않을 듯
퇴사일 이후 집과 가까운 고용센터에서 구직급여를 신청하고, 2주 뒤인 최근에 1차 실업인정을 받으러 갔다. 1차는 일괄적으로 고용센터에 모여 '집체교육'을 받는데, 이 교육만 들어도 8일치의 구직급여가 입금된다. 그리고 한 달에 1~2번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구직활동을 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 다만, 나는 최장 7개월 동안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장기수급자'인데, 7개월 동안 다 받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시점, 백수가 된 지 한달 하고 반이 조금 안되었는데, 벌써 이제 놀 컨텐츠가 다 끝나가는 것 같다. 취직을 하면 다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취직한 결정을 후회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30대에 장기간 백수는 좀 아닌 것 같다. 20대에 아직 시간이 많고,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30대는 아무래도 당장 닥친 현실(결혼, 내 집 마련 등등)이 있다보니 그런 것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가능하면 조기 재취업 수당을 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만 쉬고 취업을 다시 하지 않을까 싶다. 비용도 무시하기 어려운데, 회사를 다닐 때보다 오히려 백수일 때가 돈을 더 많이 쓴다. 돈을 안쓰면서 놀 수 있는게 한정적이다. 집에서 하는 생활 다 돈이다. 수입이 줄어드는데 소비가 늘어난다. 구직급여를 받아도 이 부분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여러 이유로, 내가 원하는 취업 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2월이다.
'놀면서' 받지는 말자
말로는 농담처럼 '놀면서 받는다' 이런 뉘앙스로 글을 쓰긴 했지만, 그리고 그런 의도로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다'라는 대단한 사명은 아니고, 그냥 구직급여를 받으면서 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 시간과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고 싶다. 진짜 나를 위해서, 나의 미래를 위해서 쓰고 싶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라도 자유로워지는게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구직급여를 '놀면서' 받고 싶지는 않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듣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더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면서 준비하자. 이제 30대는 이런 부분에서도 철 들어야지. 이런 것에 재미도 붙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