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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Oct 06. 2016

가면을 내려놓게 하는 사람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정말 거창하지 않은, 근본적인 물음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에 대해 고민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터지는 사람
하지만 깊은 내면엔 항상 슬픔이 머무르는 사람
나로 인해 타인이 웃음 짓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가끔 여유로운 저녁이 오면 하루동안 했던 말을

곱씹어 보며 후회하고 웃음 짓기도 하는 피곤한 사람
잘 지내다가도 이따금씩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
일주일에 한 번은 혼자 지내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

나는
내가 누군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참 답답하기도 하고
어쩌면 나는 지금 나를 기만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내가 가진 좋은 면만 부각시키고
좋지 않은 것들은 최대한 숨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이건 내가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며, 정말이지 나라는 존재가 속이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 않는 것 사이의 괴리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예민한 나에게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고, 나는 이렇게 살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게, 재수때까지 미뤄두었던
진짜 나를 찾는 과정,
그 과정의 초반은 어느 정도 흘러간 것 같다


내게
순서없이 밀려온 이 생각 저 생각 수많은 생각들
끝에 일단 나는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면을 가진 사람도 나이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부정하고 싶기만 한 면을 가진 사람도 여전히 나라는 것
 
내가 가진, 부정하고 싶은 면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다양한 가면들을 바꿔 써가며 사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그래서인지

나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가 가진 겹겹의 가면을 내려놓게 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정말

정말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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