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마음 써줘도 고마운 줄 몰라
딱 받은 만큼만 주며 지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잘 몰랐어.
내가 그렇게 타인에게 마음을 많이 주는 사람인지.그때까진 나란 사람이 누군지 깊이 생각한 적이 드물어서인가봐,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에 입학하고
이렇다 할 경계 없이 다양한 연령대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내가 비정상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매 순간 그냥 내 마음이 가는대로,
다- 주며 지냈어.
그런데 그럴수록 내 마음에 공허함이 쌓이더라.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느리게, 그래서 알아채는데도 꽤 걸렸던 것 같아.
내 마음이 공허했던건,
상대가 마음을 주지 않아 그랬던 것도 있었지만
상대가 나만큼의 마음을 주지 않아 그랬던 게
크지 않나 싶어.
이런 고민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을때면
(너도 지겹도록 들었겠지만ㅎㅎ)
그렇게 마음 주다가 상처 받을까 걱정돼,
조금은 재면서 살아봐,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대충 이런 래퍼토리.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 잘 알지?
그렇게 말해주는 마음들도 사실 고맙지. 정말 고맙지. 나라도 그때의 나라면 똑같이 말했을 것 같아.
정말 내가 변해야 하는 건가,
두 번 주고 싶을 때 한 번 줘야 하는건가
한동안은 이런 고민들 때문에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었던 시간도 있었고.
그땐 몰랐는데 그때 내가 참 힘들었겠구나 싶어.
그런데,
어느새 - 너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거야.
그런 흔한 대화 있잖아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가까워졌지? 하는.
넌,
자주 보지 않았을 때도 마음은 늘 가까웠던,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천천히 알아갈 수 있었던 게 고마운,
이렇게 정신차리고 보니
내게 참 많이 가까워져 있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무엇보다 네게 고마운건
내가 그냥 이대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것. 그게 말 뿐이 아닌 네 행동에서 나왔다는 게 참, 고마워 많이.
이렇게 사는 것이 뭐가 플러스고 뭐가 마이너스인지 그런 계산을 떠나, 그냥 이렇게 하나가 아닌 둘이라 어떤 순간에도 든든해 정말.
톡투유에서 언젠가 요조가 그러더라.
"스스로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방청객분과 역시나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이렇게 만나 하나가 아닌 둘이 되었으니 우린 더이상 비정상이 아니네요" 라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구
내가 너에게 많이!
내가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해줘서,
두 번 주고 싶을 때 세 번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줘서,
그냥
더이상은 고민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 친구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