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기지 않는다

나의 직감을 믿을 것

by 영이

어제는 유독 추운 크리스마스 밤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되어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바람에 간혹 창문이 덜컹거렸다.

가족 모임을 했는지 친척들을 배웅하는 옆 집 사람들의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기 칭얼거리는 소리, 정답게 인사하는 소리, 보이지 않아도 따뜻한 풍경이 그려졌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잘 수 있는 나였다. 그 소리를 음악삼아 서서히 잠의 세계로 가라앉았다.


가끔 선잠이 들었을 때 가위에 눌리곤 한다. 나의 몸보다 먼저 일어난 뇌가 자고있는 몸뚱이로 시그널을 보낸다. 어서 일어나라고, 심장의 RPM이 빠르게 올라가는게 느껴진다. 가위로 인한 공포심은 모두 심장 박동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몸안에 갇힌 찰나의 순간은 몹시 공포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앞을 볼 수 있었다.

열린 방문 틈 사이로 미처 끄지 않은 거실의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보다 더 매서운 바람에 바깥의 창문이 격렬하게 덜컹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창문이 열려서 나는 소리인 것도 같았다. 이 가위에서 깨어나면 불을 끄고 창문이 닫겨 있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였다. 현관문에서 누군가 도어락을 누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닫는 소리, 옷감이 사사삭 스치며 점점 내 방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곧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내 오른쪽 귓가에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가위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정각이었다. 당장 일어나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낮에 빨래를 말린다고 열어두었던 창문을 걸어 잠갔다. 현관으로 가니 놀랍게도 문이 열려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압력 차로 인해 간혹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문고리를 꼭 잡고 있어야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도어락 아래 걸쇠, 열쇠구멍을 뚫지 않은 잠금 장치까지… 세 개의 보안 장치를 모두 걸고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왜 안 자고 있냐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나에게 왔다 간 건 누구였을까?


내 인생에서 절대 하지 않는 것은 나의 직감을 무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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