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A들의 세계
한 개의 장점과 아홉 개의 단점을 가진 사람 VS 아홉 개의 장점과 단 하나의 단점을 가진 사람
내가 될 수 있는 꼭 한 사람을 골라야만 한다면 어떤 사람일까. 현실의 나는 1번을 고르고 싶다. 한 개의 장점에 아홉 개의 단점을 가진 사람. 사람은 단점이 없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중요한 건 장점의 총합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버티게 해주는 능력 하나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2번을 골랐다. 아홉 개의 장점에 단 하나의 단점을 가진 사람. 이해심 많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타인의 단점이 내 일상에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비겁한 선택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끌리는 사람은 늘 1번이었다. 단 하나의 장점 때문에 나머지 단점을 감수하게 만드는 사람. 생각해보면 애초에 2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한 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단점이었다.
나는 어떤 주인공을 만들고 싶을까. 내가 쓰는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1번에 가까워야 한다. 아홉 개의 장점을 가진 인물은 훌륭하지만, 장면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반대로 단점투성이의 인물은 계속해서 실수하고 흔들리며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하나의 장점이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
드라마는 A와 B의 이야기라고들 한다.
한 개의 장점과 아홉 개의 단점을 가진 A와, 아홉 개의 장점과 단 하나의 단점을 가진 B.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 역시, 존재하지 않는 B를 서로에게 기대하며 살아가는 A들의 세계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