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문장들은 몸에 남는다

잊혔다고 믿었던 감정의 기록

by 퐝클리

내 몸은 내가 버린 문장들의 공동묘지다.

머리는 이미 잊었다고 말하지만, 어깨의 통증과 갑작스러운 예민함은

그것들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너무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사람은 오히려 말을 잃는다.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만큼

생각이 많아서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설명은 잊혀도, 몸에 남은 감각은 끝까지 남는다.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은

습기가 되어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가

비가 오는 날이면 이유 없는 피로로 돌아온다.


요즘은 슬픔에도 가성비가 붙는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우울은 민폐가 되고,

길어지는 진심은 ‘비효율’이라는 딱지가 붙어

조용히 반품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웃으면 좋은 사람,

말이 길면 피곤한 사람.

쓸모 있어 보이면 유지되고,

없어도 될 것 같으면 쉽게 지워진다.

관계에도 손익분기점이 생겼다.


그 기준 안에서

감정은 늘 실패한다.

느린 마음은 비효율이고

깊은 슬픔은 비용 초과다.

그래서 다들 적당한 말만 한다.

적당히 공감하고

적당히 떠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한다.

내가 사라지면

내 몸이 기억하던 것들은

전부 함께 사라지는 건지.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못한 마음,

끝내 문장이 되지 못한 생각들까지

한꺼번에 증발하는 건지.


그게 슬프다.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데

사람을 너무 쉽게 버린다.

이해되지 않으면 혐오로 밀어내고

귀찮아지면 조용히 제거한다.


오늘도 사람들 사이에서

몸만 남긴 채 버틴다.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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