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잠에서 일찍 깨곤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제는 맥주를 두 캔이나 마셨다. (원래는 딱 한 캔 정도 마심) 그리고 뒤척이다 깨어 보니 새벽 6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창밖에서 거대한 빗소리가 들렸다.
말 그대로 거대한 빗소리. 비의 묵직한 존재감을 알려주는. 그런데 갑자기 환경미화원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에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할 때 새벽 5~6시쯤이면 길에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원분들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름에는 유난히도 늦은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소나기가 많이 내렸었는데, 그때마다 환경미화원분들은 어떻게 하셨던 걸까.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혼자 거리를 정비해야 하는- 조금은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기도. 그런데 예기치 못한 장대비나 소낙비까지 내린다면 하던 일을 접고 어디서 비를 피할 수 있을까? 나는 올여름에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내가 자고 있을 때 비가 내린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누군가는 길에서 혼자 느닷없는 비를 별 수 없이 다 맞아야 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들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나의 덴마크 선생님>이라는 책에서는 덴마크의 어떤 마을 하수처리장을 방문한 주인공이 젊은 직원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다. "나는 내가 하는 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새로 직원을 구하기가 어려워요."(정확한 문장을 인용한 것은 아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망자가 발생했던 몇 건의 사건도 떠올랐다. 그때 짧은 그 기사를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 후로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과 집집마다에서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를 나르기를 반복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졌던 것도.
지금 내가 누리는 안전과 안락함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빚지고 있는 편안함일까.
삶에는, 세상살이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나 보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많고 깊은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늘 간과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