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하나요
오늘은 고심하다가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지난봄부터 사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었지만
다른 살 것이 많아
결국 사지 못했던 운동화를
드디어
여름에 신기에는 더워 보이는
검은색 스웨이드
이제 여름은 다 갔으니
가을에 신어야지
묘하게 두근거리는 마음
가을에 이 신발을 신고 어디든 가면 좋겠어
하지만
이 신발에는 어떤 옷이 잘 어울릴까 가
더 큰 고민
이미 유행이 지난 건 아닐까
너무 비싸게 산 건 아닐까
사이즈가 잘 맞을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을처럼
아직 받지 않은 운동화는
모종의 설렘
미지의 날씨
나는 어디든 갈 거야
누구든 만날 거야
뛰어 보기도 할 거야
폴짝
넘어지지는 않을 거야
철퍼덕
울상을 짓지도 않아야 해
글썽글썽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땐
가을이 오려나 보다 하고
새 신발을 꺼내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