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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May 31. 2016

국어 발표 수업

<편견에 대하여>

우리학교는 교과시간에 대체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찬반토론, 발제, PPT 발표, 심지어 수업 때 필요한 교재를 직접 정하고 교재에 나오는 단원을 각자 맡아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번 국어 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자신이 수업해보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게 책을 일부 발췌해서 15-30분간 수업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해주셨다. 이 수업은 수행평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나는 공지를 듣고 난 이후로 '어떤 주제로 발표를 해야할까?'를 계속 되뇌였다. 그러다가 수업 이틀 전에 급한대로 떠올리다 '편견'을 주제로 수업을 준비했다.


내가 살면서 가장 지양하는 것임과 동시에 가장 자주 하는 것이 편견이었다. 누군가를 규정짓고, 그냥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단념하는 것. 분명 나쁜 행동인 것을 알지만 은연중에 또는 무의식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계속 규정내리고 있지는 않을까.


처음 생각난 책은 소설 '우상의 눈물'이었다.

우상의 눈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반장인 형우는 일진인 기표의 가난을 모두 들추어 내고 심지어 학급 친구들 모두에게 말한다. 형우는 아주 바람직한 반장인 것 처럼 보인다. 친구를 도와주는 것에 앞장서서 행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형우의 말이 그리 좋게 들리지 않을까. 어쩌면 기표를 가난한 아이로 규정짓고 우리가 도와야 하는 사람으로 단정지은 것은 아닐까? 친구의 가난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정말 친구를 위한 방법일까?


형우의 모습은 소설 속에만 등장하지 않고, 우리의 모습 속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것 같다. 길을 걸을 때 여자는 항상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하려는 매너,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는 관념이 그들을 약자로 규정하거나, 더욱 약자임을 강조하는 행위가 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내리지 않고 다음 책을 정해보았다. 다음 책의 이름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여기서는 첫인상으로 규정짓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판단하는 데 보통 10초 내외가 걸린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외모나 그 때의 행동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그야말로 '편견'. 우리는 편견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물론 <오만과 편견>의 결말은 다른 분위기로 변화하지만 우리 삶에서 누군가에 대한 규정이 변화되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어쩌면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까?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마음, 강신주는 이 마음을 '오만'이라고 정의했다. (감정수업 454p 참고)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을 왜 같이 썼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까지 '편견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면, 이제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모순'을 읽었다.




가장 규정짓기 힘든 존재는 누구일까? 문득 떠오른 '아버지' 라는 존재가 가장 질문에 정확하게 맞는 사람이었다. 정말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한 존재. 그래서 미워하고 때로는 상처도 많이 받지만 애틋한 존재. 그런 모호한 존재.

이러한 존재는 비단 아버지만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존재에 대한 모호함은 더 진해진다.

상처를 주고 받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관계, 그것이 진정한 사랑, 사람이 아닐까. 그래야만 그 사람의 편견에 가려진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발췌한 내용은 시.

많은 이가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시인 '자화상'을 넣었다.


밉다가도 가엾고 그리워지는 '그 사람'.

모호한 '그 사람'이 많을수록 마음은 괴롭고 복잡하겠지만, 그 고통은 더 진실되게 그 사람을 보려고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맥락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렇고, 그대도, 우리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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