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따뜻했던 생일 잔치
세상에서 제일 따뜻했던 생일잔치
진하게 향수로 남은 생일의 추억은 아빠가 돌아가신 해에 엄마가 손수 차려주신 생일잔치였다.
15평 남짓의 아파트에 학급반 친구들을 초대했다. 집의 구조는 큰 안방, 작은방, 거실, 화장실, 부엌, 창고
베란다로 이뤄졌다. 그 공간들 중에서도 우리 가족들이 주로 사용했던 공간은 큰 안방이었다. 잠자는 공간이 되기도, 수다를 떠는 모임 장소가 되기도, 밥을 먹는 다이닝룸이 되기도 다양한 형태로 공간이 바뀌었다.
엄마에게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엄마가 흔쾌히 친구들 많이 부르라 하였다. 나는 초대장을 여러개 만들어서 학급에서 친했던 친구들, 학원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열었다. 엄마는 난생처음 해보는 음식들을 도전하셨는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인기가 많았던 메뉴는 피자였다. 치즈와 버섯이 듬뿍 들어간 맛좋은 피자였는데 그릇에 옮겨 담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정말 따뜻한 맛이었다.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피자를 만들어 나르는 엄마의 행복한 기운이 느껴져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란스럽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큰 안방을 가득 채워줬다.
그때의 생일을 잊을 수 없었던건 우리 가족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아내야 하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큰 안방은 아빠와의 추억도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기도 했다. 내가 그 공간에서 잊지 못하는 색채가 없었던 장면들이 두가지가 있다. 아빠의 장례를 치른 뒤,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엄마의 초점 없는 슬픈 눈을 오랫동안 바라봐야했었다. 거실에 켜둔 조명빛에 조각된 가족들의 뒷모습들이 내게 처음으로 삶의 무게처럼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다른 한번은 남동생이 친구들과 놀다 팔이 부러져 수술을 하고 병원에 일주일동안 입원을 했어야했다. 엄마가 남동생을 간호하느라 집을 1주일동안 비우게 됐는데, 불을 꺼둔채로 티비의 빛에 의존하며 일주일을 보냈었다. 어두운 동굴 안에 있는 기분이 들었고 쓸쓸했다. 그때 나를 온전히 감싸줄 성시경의 '좋을텐데'를 들으며 엄마가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작은 공간 안에서도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며 살았던 우리 가족은 더 넓고 쾌적한 엘레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힘든 나날들을 수차례 보내왔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시간들이 있어서 참 좋다.
생일이면 미역국을 먹으라며 전화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엄마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그런 엄마의 딸로 태어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10월 13일 BTS 지민의 '생일'을 축하할겸 생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고 쓰는 글.
생일 축하해양 지민!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