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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트리 Sep 10. 2024

간헐적 공부천재

수어 그림 < 공부 > / 지후트리 / 2017



간헐적 공부천재


학창 시절 내가 받아냈던 과목들의 점수를 찬찬히 떠올려 보면 나는 과연 간헐적 공부천재가 아닌지 의문이 들어 실소가 터질 때가 있다. 어떤 초인적 힘이 발휘되는 것인지 머리가 좋은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점수의 편차가 심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하나의 공통점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관심'이었다. 


저학년 시절, 국민학교 2학년쯤에 초등학교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나는 국민학생이 아닌 초등학생이 되었다. 조금 더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쯤엔 영어가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되었는데 그즈음 같은 반 남학생 중에 한 명이 혼혈인이라 영어라는 과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혼혈친구에게 들어보니 3개 국어를 할 줄 안다 했다.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안 좋아진 시력은 분명 상당히 학구열이 높아 보이게 했고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사실상 그 친구는 영어와 한자를 제외하곤 다른 과목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는 친구였지만 말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 덕분에 영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를 실천하게 되었다. 동경하는 마음과 호기심이 가득 찬 열정으로 엄마를 졸라서 윤선생 영어교실을 배우게 됐다. 이렇게 재밌는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영어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도 쓰는 것도 즐거웠다. 윤선생 영어교실도 열심히 들었다. 시험 점수는 당연지사 90점대가 평균 점수대였다. 이 기세를 몰아서 중학교 1학년때는 전국 모의고사에서 영어 100점을 맞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때 이후로부터 원하는 바를 이뤘다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흥미가 떨어졌던 것일까 놀고 운동하는 게 더 좋아졌던 것일까, 영어권태기가 시작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수순이었나 싶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쯤 친구가 육상부에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은데 혼자 가기 쑥스러워서 그러니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친구를 응원해 주기 위해 육상부 코치님을 찾아갔고 친구는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다며 상담요청을 하고 있었다. 코치님과 친구의 주변에서 서성이던 내게 코치님이 걸어오시더니 말하셨다. 


" 너 육상부 들어올 생각 없니? " 


여기서도 친구 따라 강남을 가게 된 것이었다. 난 달리기를 잘하지 못하고 흥미도 없었지만 코치님은 나의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를 보고 이것 또한 재능이라 생각하여 내게 제안 권유를 하신 것이었다. 그때 나는 친구와 조금 멀어졌다. 친구는 하고 싶은 육상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단거리 육상 달리기 선수뿐만 아니라, 높이뛰기 선수까지 제안을 받았고 시합까지 나가 메달을 따왔기 때문이다. 그저 또래 여자학생보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하기만 하면 메달권 안에 들어버리니 속수무책 시간의 연속이었다. 시대회가 있을 때쯤에 훈련 조금 하고 시합을 나갔고 흘러 흘러 중3까지 대회를 나가게 된 것이었다. 이쯤 되면 나는 간헐적으로 천재가 아닌지 의문이 들만도 했다.

 주변 상황에 호기심을 가졌고 친구를 긍정적으로 따라갔던 덕분에 이런 순간들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곰곰하게 연구 관찰해 본 결과. 나는 순간적 집중력을 발휘해 몰입하는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 느낀다. 반복의 학습과 연습을 통해서 98% 이상의 성과를 이뤄내니 이만하면 간헐적 천재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가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속상할 때 스스로에게 

 

' 지후야 그래도 너는 간헐적으로 천재일 때가 있으니 다행이지 않나양?  ' 


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하는데 참 괜찮은 위로 방법이라 생각한다. 

각박한 삶 속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있을 것이고,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습관 덕분에 간헐적 천재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당신도 나와 함께 간헐적 천재가 되어보지 않으실래양 ?  

그다음 간헐적 천재 모먼트는 언제 나를 반겨줄지 조금 기대 되는군양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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