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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트리 Sep 07. 2024

사랑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어 그림 < 커피 > / 지후트리 / 2022



사랑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언제부터 이렇게 마시게 되었나 과거를 회상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장거리 연애를 했었던 옛 연인의 일상 속에서 처음 경험했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 까마득한 옛날 같다 느꼈지만 그와 함께 스타벅스의 문을 열고 들어갔었던 그날의 분위기와 냄새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과 봄의 아직은 완연하게 따뜻하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날씨에 그와 함께 스타벅스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었다. 무슨 맛으로 이 쓰디쓴 걸 먹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의 생명수라 명명하고 들이켰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다. 나란히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며 거창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참 좋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컵에 양손을 잠시 대었다가 그의 손을 잡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좋았다.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머물러서인지 그와 헤어진 이후에도 그때 포근함을 입안 가득 머금고 싶어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종종 마시곤 했다. 그러다 문득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어떤가 궁금해졌다. 


" 하~ 이거 참~ 아이스가 내 스타일이잖아? " 


약간의 취향스러움이 생겨버려서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도장 깨기 하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 시작했다. 사계절 내내 언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댔다. 

일명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족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얼죽아 취향으로 말문을 터서 친해진 사람들도 제법 생겨났다. 그렇게 얼죽아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 지후야 커피 마실래? " 


그 주인공은 바로 사랑하는 엄마 김소의 씨다. 


고향에 방문해 엄마랑 밥을 먹고 집 근처 서천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편의점 커피를 마시자 한다. 편의점에 같이 들어갔다. 캔커피 같은 거를 마시나 하고 생각했으나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 됐다. 

얼음컵이 있는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아이스컵 2개와 아메리카노 2팩을 골라 계산하고는 꽤 능숙한 솜씨로 제조하더니 내게 한잔을 거네면서 말했다. 


" 여름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그렇게 개운하더라~ 마셔 딸^^ "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계속 웃음이 나서 엄마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 뭘 좀 아는 사람이구만! 역시 김소의 씨. 멋쟁이여~ 엄마 딸도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셔 최고지~ "


처음에 접한 아메리카노도, 얼죽아의 정점을 찍어준 엄마와의 취향 공유도 

내겐 너무 좋은 기억으로 자리해 줘서 아메리카노를 먹지 아니할 수가 없게 됐다.


이게 내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이유다. 


사랑해요 아이스아메리카노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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