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는 모든 것에 편애하는 마음을 담은 짤막한 편지를 부쳐봐야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어렸을 적에 몇 년 뒤 몇십 년 후에 열어보자며 타임캡슐 통에 서툴고 순수한 글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쪽지들과 기억꾸러미가 되어줄 물건들을 함께 넣어 땅에 묻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시간이 사람과 장소를 바꿔 놓을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변화의 시간이 찾아오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했다. 다시 그 타임캡슐과 마주하고 싶지만 꽁꽁 숨겨둔 탓에 아직 타임캡슐은 봉인되어 있다. 하는 수 없이(?) 잘 보이는 곳에 일기와 같은 편지를 띄워야지 어떡하겠나. 이곳저곳에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글을 써두곤 한다. 아쉬운 글이 써질 때도 있고 마음이 충만하게 차올라 배부르다는 느낌의 글이 써질 때도 있다. 그저 표류하고 부유하고 달아나버릴 내 생각들을 완전히 잡아둘 방법은 그저 기록하는 것이다. 일상을 더 많이 편애 해야겠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