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예전보다 국내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는 요즘, 국내여행이 주는 매력을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 어떤 동네를 가도 왠지모를 익숙함이 있고, 또 그 동네만이 풍기는 특유의 낯섦도 있다.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서울에도 아직 안가본 곳이 많을 정도로 여행자로서 우리나라는 갈 곳이 참 많다. 목포도 난생처음 가보는 도시였는데,아주 아름다운 여행지였다.
이번 목포여행은 예상치 않게 정해졌다.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기로 한 순간, 목포는 꼭 가야하는 곳이 되었다. 이왕 갈거면 목포에서 하루정도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일부러 새벽 배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기대하던 여름휴가가 시작되던 날, 7월 29일 금요일,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목포로 향했다.
첫 도착지를 '유달콩물'로 정하고, 4시간여를 달려 10시반쯤 목포에 도착했다. 유달콩물에서 아점으로 콩국수와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여름이면 콩국수를 빠지지 않고 챙겨먹는데, 유달콩물은 목포의 오래된 콩국수 가게(Since 1975)라고 해서 첫 식사로 정했다. 오래된 가게에서 풍겨오는 레트로 감성에서 이미 여기는 맛집이라는 편견(?)을 갖게하는 집이다. 편견을 걷어내고 평가하자면 적당히 맛있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너무 신기했던것은 테이블마다 있었던 큰 설탕통이었다. 콩국수에 설탕이라니! 이런 낯선 풍경 너무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금파다)
<유달콩물>
*노랑콩국수 10,000원, 육회비빔밥 8,000원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인 여행자 모드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간곳은 '목포근대역사관(1관)' 이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가서 보니 왜 드라마를 여기서 찍었는지 알 수 있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이국적인 외관의 건물은 사진을 남기기에 너무 멋진 곳이었다.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사진을 몇 장찍고 역사관 내부도 관람했다. 2관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내가 갔을때는 공사중이라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목포근대역사관(1관)>
다음으로 '서산동 시화골목길'로 향했다. 영화 '1987'의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를 비롯해서 여러 드라마를 촬영한 장소였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정돈되지 않은 느낌, 투박한데 또 소박한 풍경들, 1980년대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집들. 골목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한여름의 더위에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 조금은 빠르게 둘러보고 왔다.
<서산동 시화골목길>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서 시화골목에서 가까운 '조선쫄복탕'으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쫄복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요 녀석 참 맛있었다. 쫄복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팔팔 끓여 액기스와도 같은 국물에 미나리, 부추무침을 넣고 한숟갈 먹었는데, 감탄이 절로 나는 맛이었다. 처음먹어 보는 맛과 식감이라 생소했는데, 왜 또 맛은 좋고 난리인지, 너무 더운데 왜 또 뜨끈한 국물은 계속 땡기고 난리인지? 쫄복탕으로 힘을 잔뜩 얻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조선쫄복탕>
*쫄복탕 15,000원
'케이블카'는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안탔으면 후회할 뻔 했다. 신비로운 유달산과 푸른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고, 쨍한 날씨 탓에 어떤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왔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답게 꽤나 긴 시간(편도 20분정도) 케이블카를 즐길 수 있었고, 고하도 승강장에 내려 고하도전망대에서 바다를 실컷 조망할 수 있다. 여러 여행지에서 타본 케이블카 중에 단연 최고로 좋았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일반캐빈 대인 왕복 22,000원
목포여행의 마지막은 '목포 스카이워크' 부근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것으로 정했다. 미리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10여분 전부터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온통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과 주황빛이 반영된 바다, 멀리 목포대교까지!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로서 완벽한 목포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목포에서의 낙조(스카이워크 부근)>
짧지만 꽉 찬 목포여행을 마치고, 제주행 배를 타기 위해 목포항으로 향했다. 차를 무사히 선적하고, 흥분과 기대, 다소 지친 몸을 안고 배에 올랐다. 제주도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