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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Aug 10. 2022

비와 제주, 그리고 박물관

- 비 오는 제주, 본태박물관 관람과 맛집 투어 -

목포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한 배는 아침 6시쯤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흔들리는 배안에서 쪽잠을 잔탓에 피곤한 상태였지만, 제주도에 왔다는 기대감에 없던 체력이 돌아왔다. 배에서 순서대로 차량을 내리고,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흐린 하늘에 실망스러웠지만,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


<배에서 차량 하선하면서>

*먼저 선적한 차량이 늦게 나오는 구조라, 우리는 차에서 꽤 대기한 후에 하선할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간 곳은 '우진해장국'이었다. 아침 6시에 오픈인데, 도착해보니 6시 반쯤이었고, 이미 대기번호 40번이 넘어가던 상황이었다.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도 결국 못 먹고 돌아왔는데, 오늘도 실패다.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해장국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행지에서 시간은 금이기 때문에.

원래는 '대춘해장국'을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우연히 '미풍해장국'를 발견하고, 간판에 쓰여있는 "원조"라는 단어와 창업주의 사진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피곤함이 얼큰한 해장국 한 그릇에 날아가버렸다.


<미풍해장국>

*해장국 10,000원


아침을 먹고 나오니, 흐린 하늘에 역시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 첫날부터 비라니!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기야 '본태박물관'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비 오는 제주도 도로를 달렸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더 거세지는 빗줄기에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 본태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로도 유명한데 심한 빗줄기에 제대로 감상도 못한 채 박물관 안으로 급히 들어와 버렸다. 본태박물관은 다섯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시관들이 건물 안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일부 전시관을 이동할 때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중간중간 비를 맞긴 했지만, 잠시나마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밖에서도 감상할 수 있었다.


<본태박물관>

*관람료 성인 20,000원


본태박물관에는 피카소, 달리, 백남준과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서 제일 인상 깊은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는데, 작품(무한 거울방) 안에 직접 들어가 2분 정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물과 전구, 거울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닥에는 잔잔한 물이 있고, 사방에 거울이 있으며, 천장에는 다른 높낮이의 여러 전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시시각각 전구 색깔이 변하면서 황홀한 느낌을 주었다. 너무 감동해서 3번이나 감상했다. (다행히 대기자가 별로 없었다.)


<제3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좌)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우) 호박


본태박물관을 나온 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제주 여행 전에 미리 알아보고 온 메일 전문점 '한라산아래첫마을'로 향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100% 메밀면이라고 해서 기대가 됐다. 비비작작면과 메밀만두를 주문해 먹었는데, 예상대로 너무 고소하고 담백한 건강한 맛이었다. 비비작작면은 알록달록 그림 같은 플레이팅에 눈이 즐거웠고, 고소한 들기름 향과 메밀면의 조화가 무한 흡입을 부르는 맛이었다. 한 그릇을 싹싹 비워도 부담 없고, 기분 좋은 맛이었다.    

참고로, 이 식당은 '테이블링' 앱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고, 대기가 긴 편이라 방문 전에 테이블링 앱을 활용하시는 것을 꼭 추천드린다.   


<한라산아래첫마을>

*제주메밀 비비작작면 12,000원, 메밀만두 8,000원


점심을 기분 좋게 먹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 부부는 여행 갈 때 숙소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이번 숙소들도 가성비 위주로 예약했다. 첫 숙소는 '호텔 케니 서귀포'였는데, 서귀포올레시장 근처라 위치도 좋았고, 가격도 2박에 약 75,000원으로 저렴하게 예약했다. (카카오페이에서 아고다 할인 혜택 이용)

가성비 호텔답게 방은 엄청 작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침구류도 깔끔했으며, 가격 대비 100점을 주고 싶은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올레시장을 구경한 뒤 '용이식당'에서 저녁으로 두루치기를 먹고, 수제맥주 전문점인 '제주약수터'에 맥주 한잔을 하러 갔다. 우리 부부는 술을 참 좋아하는데 특히 맥주를 좋아한다. 제주약수터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었어 행복했다.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맥주는 '풀베개'라는 프리미엄 라인의 맥주였는데, 바질향이 나는 독특한 맥주였다. 먹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고,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맥주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저녁식사 후 술 한잔>

(좌) 용이식당 : 두루치기 1인분 8,000원

(우) 제주약수터 : 찢은 고기와 빵 23,000원 (2인 방문 시 맥주 3가지 시음 가능)


제주도 여행 첫날, 기대했던 제주도의 푸른 바다는 못 봤지만, 박물관 관람과 맛있는 음식(술)들로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내일은 또 뭘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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