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입문

by 이영우

주식, 부동산, 사업…

‘부(富)’를 향한 공부를 시작하면 많은 초보자들이 예상치 못한 도덕적 혼란에 봉착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부자는 악하다”는 메시지를 학습해 왔기 때문에,

돈 앞에 서는 순간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투자를 지속하려면 면역체계를 길러야 합니다. 그 면역이 바로 모순 공부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지켜보며, 초보 투자자들이 이 도덕적 혼란에 흔들리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죄의식입니다. 전쟁 무기를 만드는 방산 기업이나, 가차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도덕적으로 부끄러워합니다.

둘째는 냉소입니다.“어차피 주식시장에 굴러다니는 돈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단정 짓고,

이익을 위해 비열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너무 쉽게 결론 내려버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태도 모두, '모순'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난해한 모순을 가장 적절하게 소화해 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월스트리트의 영웅, 피터 린치(Peter Lynch)입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가족이 애용하는 제품을 눈여겨보며 투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같은 미혼인 사람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


피터 린치는 잠시 안쓰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하루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도 낳으세요. 아이들의 순수함만이 사회에 지친 어른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가 운용하던 마젤란 펀드가 전무후무한 수익률을 기록하던 정점의 시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거리라 불리는 월스트리트에서 그는 돈의 노예가 되는 대신, 가족의 행복을 선택했습니다.


미디어는 종종 부자들을 일에 미쳐 가족을 등한시하는 냉혈한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피터 린치는 달랐습니다. 그는 일을 핑계로 가족을 멀리하지 않았고, 반대로 가족을 핑계로 일을 등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일과 사랑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그 힌트는 ‘가족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 이었습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바쁜 펀드매니저였지만, 투자 아이디어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던 중 찾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내가 즐겨 신는 스타킹 브랜드를 보며 '헤인즈(Hanes)'를 발굴했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음식점을 보며 '타코벨'에 투자했습니다. 가장 세속적인 돈의 세계(주식시장)를 탐구하면서도, 그 뿌리는 가장 순수한 애정(가족)에 두었던 셈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일과 사랑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면, 가족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상품을 분석하여 투자하는 그만의 독창적인 투자 방식은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위대한 자기계발서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성이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고도 여전히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다.”


피터 린치야말로 이 문장의 산증인이었습니다. 투자는 차가운 머리로 하는 일이지만,

그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얼마든지 따뜻한 가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삶으로 증명했으니까요.


앞으로 저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이 모순의 사례들을 계속 소개하려 합니다.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 수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써온 글들 역시, 모두 이 모순 공부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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