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슬기로운 해외 생활_2

여긴 어디? 나는 누구?

by DoubleY


Chapter2_여긴 어디? 나는 누구?



2022년 5월,

우리 가족은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이곳 포르투갈에 왔다.

첫날 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잠들어있는 아이들,

그리고 12개의 캐리어ㅎㅎㅎ





우리는 컨테이너 이사를 하지 않고,

12개의 캐리어에 필요한 짐을 가지고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컨테이너 이사를 알아봤으나 견적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고 (1,600만 원!)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다 보니 그 불편함을 감수하기가 싫었다.

(이사 견적으로 가구를 새로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반포 집에서 뺀 가구와 집기들은 시댁의 여유방에 넣어두고 (대부분은 버리기도 했다.)

정말 필요한 짐만 챙겨서 가기로 했는데 12개의 캐리어가 꽉꽉 들어찼다.


가장 먼저 챙겼던 건 아이들의 책이었다.

포르투갈에서 영어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한글책은 더더욱 구할 방도가 없으니

필요한 책을 최대한 챙겼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짐에 프린터기, 코팅기 등등 내가 육아할 때 필요한 소형가전제품들도 넣었다.

도착하자마자 당장 쓸 주방집기들, 그리고 내가 아끼는 그릇들. 이불 등등...

무게를 맞추기 위해 넣었다 뺐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몇 날 며칠을 시뮬레이션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저 많은 짐을 가지고 어떻게 현지 집으로 갈 것인지,

집에 도착하면 당장 청소를 하고 이불을 깔고 아이들을 재워야 할 텐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 이 모든 게 가능한 걸까......?'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었다!

저걸 다 어떻게 옮겼는지 모른다.

우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프랑스 남자가 조금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유럽사람들 친절하구나!'

외국인에 대한 첫 이미지를 친절한 그 남자가 주었다.



힘겹게 12개의 캐리어를 가지고 밖으로 나오니

남편이 미리 예약해 둔 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수월하게 집까지 올 수 있었다.


"드디어 영상으로만 보던 우리 집으로!"









도착하니 집이 컴컴했다.

조명은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떼어간 상태였고, 두꺼비집은 내려가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아, 이 나라 사람들은 이사할 때 조명도 모조리 떼어가는구나!'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던 형광등도 모두 떼어간 상태였다.)


1년간 비워뒀던 집은 도착하기 미리 연락해 입주청소를 해뒀음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다시 청소를 해야 했다.


'청소한 거 맞지? ^^;;'


12개의 캐리어를 한쪽 방에 옮겨두고 컴컴하고 더러운 집을 핸드폰 조명에 의지해서

미리 챙겨 온 헌 수건으로 걸레를 만들어 구석구석 닦았다.

그리고 챙겨 온 이불을 꺼내 아이들을 눕혔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나도 잠시 누워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일 당장 뭘 사야 하지? 아이들은 뭘 먹여야 하지?'

'내일부터 당장 난 뭘 해야 하지?'






아이들을 재우고 한숨을 돌리고 거실로 나갔다.

그곳엔 너무나 아름다운 가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황홀하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가든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힘든 것도 잠시,

아이들이 뛰어놀고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 우리 잘 지내보자!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