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bokenpier Jul 03. 2017

스스로 엄격해져야 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자주 인용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축약된 표현으로 남에게 엄격하고 나에게는 헐거운 기준을 들이대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정부 개각 인사와 관련해 이 표현이 쓰이게 된 원인은 인사 원칙 파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 아래 인사 5대 원칙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깐깐한 기준을 마련하고도 이번 정부 인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부터 이 원칙은 훼손됐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만든 원칙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꼴이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인사검증의 전문가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부 인사의 도덕적 흠결을 거르는 민정수석을 두 번 역임했기 때문이다. 자서전에서도 참여정부의 인사실패 사례를 거론하고 반성하면서 인사의 중요성과 도덕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장관 후보자까지 확대된 시점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에 재직하던 시절이었다. 누구보다 '원칙'을 강조하고 인사검증 경험까지 있는 공직자로서 '인수위 기간이 없어 자세한 인사 기준이 없어 인사 문제가 발생했다'는 변명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오히려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여부는 기초적인 서류 검증 만으로 거를 수 있다. 국무위원 인사 발표 당시 위법사실에 대해 인지했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은 '5대 인사원칙'의 무게감마저 축소시키는 인식마저 드러냈다.


여론조사를 통한 인사 강행 기조는 문제 해결책으로 옳지 않다. 애당초 임명직 공무원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임명직 국무위원의 인선은 정부 정책방향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 관건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자 개개인의 호감도와 인기도와 별개라는 의미다. 오히려 여론조사가 가장 적절한 국무위원을 임명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 참여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2006년 초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당시 국회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가장 잘못된 인사로 유시민 장관을 1위로 꼽았다. 만일 당시 여론조사 결과로 임명을 철회했다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는 등 복지제도 개선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좋다고 우수한 업무 성취를 이룬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도덕적 결함으로 잘못된 행정을 하거나 전문성 부족으로 업무 성과가 부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초기 인사는 전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정부보다 양호한 것이 사실이다. '고소영' '성시경'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인사 편중도 없었다. 그러나 개혁을 지향하며 스스로 세운 인사원칙을 스스로 파기하는 점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급격하게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장관 임명을 국회에서 저지할 방법은 없다. 도덕적 흠결이 분명히 있고, 대통령이 내세운 5대 원칙과 위배된 인사가 임명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인사에 대한 임명 강행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 국정운영의 정당성과 민심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정운영이 성공하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모범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너의 다른 잣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