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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Jul 16. 2017

오직 두 사람

수많은 대화 가운데 가장 사적인 대화는 둘만의 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둘만의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그것도 제3자가 없는 대화는 둘만의 은밀한 의사소통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직' 두 사람이 대화하고 그 내용을 서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활동인 두 사람의 대화. 하지만 요즘 둘 사이의 대화가 가장 공적인 담론의 중심 소재가 되고 있다. 


방에 있던 사람을 모두 몰아내고 시작한 둘만의 대화가 청문회 거리가 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FBI 국장의 대화 그 자체가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가장 사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음성 대화를 붙잡아 놓은 것은 코미 전 국장의 대화 직후 작성한 메모였다. 사실 이 둘의 대화는 애초 존재해서는 안 되는 대화였기에 문제가 됐다. 자기 측근에 대한 수사 중단 요청을 중립기관인 수사기관 책임자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이다. 수사의 부당한 면이 있으면 공적인 문서와 성명을 통해 입장을 전달해야 했지만, 트럼프는 사적인 대화 형식을 통해 부드러운 협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매우 부적절한 둘만의 대화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둘만의 대화가 없어서 문제가 된 경우도 뉴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제보 조작 혐의로 구석에 몰린 당원은 구속되기 직전, 전직 당 대표에게 구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전직 당 대표는 '어떤 취지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야기다. 자신이 관여했든 그렇지 않든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이 가져야 하는 책임윤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총체적인 책임을 감수하지도 않았고, 책임을 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보 조작 당사자이자 대학교 제자인 사람과의 대화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화가 없었던 영향인지 국민의당 조사 결과는 제보조작을 사전에 한 사람도 관여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는 자기부정적 결과를 스스로 발표했다.


기억이란 각 당사자에게 다르게 남을 수 있다. 서로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머리 속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과연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검증과정이라는 이름 아래 있었을 모든 대화에 대해 다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36초의 통화에도 "기억나질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각자의 정치적·사회적 운명이 걸린 만큼 각자 유리한 입장을 말하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걸 지켜보고 있는 각 국의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허탈하기만 하다. 과연 이들의 손에 우리와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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