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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Jul 20. 2017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우리가 살면서 하는 일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필요해서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원해서 하는 일이다. 무엇이 우선일까 생각해보면 필요한 것이 먼저다.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것들을 먼저 취하고 나중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얻는 게 순리다. 허기진 사람에게 밥은 필요한 것이고, 식사 후에 달콤한 후식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 논리를 사회 차원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당장 우리의 삶에서 원자력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경제생활과 산업발전에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자립률은 18%로 해외 의존 경향이 심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다면 자립률은 5%로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에너지 자립률이 78%인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중단한다면 전기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1 kWh당 발전단가를 놓고 봤을 때 원자력보다 경제적인 에너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원자력 대신 액화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탈원전 사회를 추진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가정용 전기요금이 20% 안팎으로 급등했다. 또한 100%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LNG와 발전 가동률이 낮은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세계정세와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탈원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핵 없는 사회를 원하고 있지만,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가 없는 사회를 원하는 사람에게 탈원전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LNG 발전은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LNG 발전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공기와 접촉해 초미세먼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LNG가 석탄보다 초미세먼지를 7.6배 배출한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은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중 미세먼지를 일으키지 않는다. 나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에너지원도 아니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와 관련한 UN 산하 조직인 IPCC는 원자력이 신재생·바이오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완화시켜줄 기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원자력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이 주는 공포는 상당하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부터 체르노빌 사태와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인명 및 방사능 피해와 그보다 더 큰 심리적 공포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활동과 발전에 근원이 되는 전기 생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탈원전에 대한 찬반 논쟁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정확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숙의 과정 없이 막연하게 찬반양론으로 대립한다면 모두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결론이 날 수 있다. 단순하게 꿈꾸는 세상을 그리기보단 냉철한 현식과 구체적인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원자력에 대한 우리의 필요를 인정하고 원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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