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가는 길
서진 : 나이 먹고 돈 못 벌잖아? 죄인으로 사는거야. 부모님한테도 죄송하고, 조카들한테 아무것도 못 해주고, 그 무능력 때문에 더 괴로워. 근데 진짜 문제가 뭔지 아냐? 할 줄 아는 게 없다는거야. 30대는 뭐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타자를 치고 있는 서진. 화면 보면 방금 한 대사가 있다.
서진 : 졸라 잘 썼어.
전화를 거는 서진.
“완료했다. 넘어갈게”
ep11과 이어진다.
덕희 : (전화를 끊으며) 서진이형 온다는데요?
준영 : 아 진짜? 그럼 얼굴 보고 가야겠다.
덕재 : 오는데 좀 걸릴 거 같은데?
수아 : 괜찮아. 기다리면 되지 뭐.
이현 : 연기 시켜달라고 하게?
수아 : 응. 나 사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연기의 저주에 빠졌어. 다른 일을 해도 머릿 속에서 연기 연기 연기 연기
덕희 : 그럼 돈을 내.
수아 : 이 오빠 진짜 돈에 미쳤나봐. 왜 이래?
덕희 : 돈 없으면 돈에 미칠 수도 있어.
수아 : 그럼 돈을 벌어.
덕희 : 돈만 벌다가는 더 미쳐버릴 수가 있어.
수아 : 뭐야? 어떡하라는거야?
태풍 : 답이 없지.
준영 : 저기....
태풍 : 왜?
준영 : 저도....
태풍 : 뭘?
이현 : 연기 시켜달라고?
준영 : 사실...
이현 : 뭐? 말을 해.
준영 : 그러니깐.
덕희 : 그러니깐 뭐?
준영 : 나도.
지영 : 야 너 나가.
준영 : 나도 연기 하고 싶어.
태풍 : (아차맨으로)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꿰뚫어 보았어. 너가 여기를 어슬렁 거리는 이유가 있었어.
덕희 : 돈 벌게 해주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싶었구만.
준영 :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일이 안 잡혀.
이현 : 뭐야? 형 일 시작하고 나서 차도 새로 뽑았잖아.
준영 : 모닝이야. 일하기 전에 뽑았었어. 동생이랑 할부 반반씩 내고 있어.
이현 : 모. 닝. 이. 었. 어. ?
덕재 : 나는 벤틀린 줄 알았잖아 ~~
덕희 : 모닝 모닝 굿모닝? 우훼훼훼 (비웃음)
준영 : (엄청 진지하게) 연기를 안 하면 내가 살아갈 수가 없을 거 같애. 나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당분간은 보험 하면서 연기도 같이 할 수 있을 거 같애. 뭐 다른데서 안 시켜주니깐, 여기서라도 하게 해줘. 도울 거 있으면 돕고, 작은 거라도 최선을 다할게. 어차피 나 스케줄 조정 되니깐 최대한 여기 스케줄 맞춰가면서 할게. 한 번만 하게 해줘라. 어?
다들 멀뚱 멀뚱.
덕희 : 뭐야? 이형?
덕재 : 왜 케 진지해?
태풍 : 준영아.
준영 : 네?
태풍 : 진짜 연기가 그렇게 하고 싶어?
준영 : 네.
태풍 : 그런데 아까 왜 그렇게 아닌 척 했어?
준영 : 그거는
태풍 : 괜찮아 인마. 니 마음 다 이해해.
준영 : 감사합니다.
태풍 : 그럼.
준영 : 네.
태풍 : 너도 새로운 마음으로
준영 : 네.
태풍 : 아차맨 후계자로 임명한다.
준영 : 네?
수아 : 오빠 그거는 좀.
태풍 : 넌 아차걸.
수아 : (놀람) 네?
태풍 : 연기하고 싶다며?
준영, 수아 : 네.
태풍 : 아차맨이 부끄럽나?
수아 : 네.
준영 : 아차차차차
태풍 : 좋아 아주 잘하는 군.
준영 : 이렇게하면 되는 건가요?
수아 : 하....
태풍 : (수아에게) 자넨 연기가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수아 : 아. 그건 아닌데... 이거는 좀...
서진 들어온다.
서진 : 뭐야? 너희들이 여긴 왠일이야?
수아 : 오빠 오랜만이예요. 작품 쓰시고 계시다면서요.
서진 : 응. 왜 너도 하고 싶어?
수아 : 네.
서진 : 그래. 그럼.
수아 : 진짜요?
서진 : 응.
수아 : 대박. 아차걸 안 해도 연기 시켜줘요.
서진 : 너가 아차걸을 왜 해? 그런데 연기하려면 일도 많이 해야 돼. 괜찮아?
수아 : 저 우리 직장에서 일 잘하는 에이스로 불리고 있어요.
서진 : 그럼. 좋아. 배우는 일을 잘 해야지. (준영을 보며) 새끼야. 형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태풍 : 준영이가 나를 이어서 아차맨 후계자 하기로 했어.
서진 : 아 진짜?
준영 : 아차차차
서진 : (무시, 수아에게) 언제 왔어?
준영 : 아차차차
수아 : 한 두시간 된 거 같아요. 오빠 보려고 왔는데 안 계셔서.
서진 : 아, 나 요즘 연습 잘 안 나와. 대본 쓰느라. 하핫
덕희 : 형.
서진 : 응?
덕희 : 글 나왔다며?
준영 : 아차차차차
서진 : 어. 글 나왔지.
태풍 : 서진아 진짜 수고 많았다. 우리 이제 카메라도 있고, 후원금도 있고, 대본도 있고, 진짜 작품 만들 수 있
는거야?
서진 : 그럼요. (범죄와의 전쟁 성대모사) 내가 어? 어제도 어? 글 쓰고 어? 그랬어 어이!
덕희 : 와 형 진짜 고생했다. 말만 하던게 진짜 이뤄지겠구만.
지영 : 오빠 진짜 너무 수고하셨어요.
이현 : 형. 우리는 준비 되어있는 배우들이니 대본만 나오면 바로 촬영 딱!
덕재 : 작품이 팍! 하나씩 해보죠.
서진 : 그래그래. 할 수 있다.
준영 : 형 안녕하세요.
서진 : 오. 준영아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난 아차맨인 줄 알았는데, 너였네.
준영 : 형 저도 연기하고 싶어요.
서진 : 연기 때려친다며? 근데 아차맨 보니깐 연기해도 되겠다. 좋아. 일단은 넌 연습실 청소부터 하면 되겠다.
준영 : 네.
서진 : 아 장난이야. 얘 왜 이렇게 기가 죽어있어?
지영 : 오빠 장난 그만 쳐요.
서진 : 아 그래. 미안하다.
이현 : 형 그런데 그게 빠졌는데요.
서진 : 뭐?
이현 : 대본.
서진 : (생각하다가) 아. 맞다. (돌변하며) 야 이준영 너가 갑자기 여기 있어가지고 내가 대본 출력을 안 해왔잖
아. 너가 없었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상 처음으로 대본 리딩을 하고 있었을거라고!! 그러니깐 나 대본 출력
해올게.
빠르게 나간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
지영 : 오빠 괜찮아?
준영 : 응.
태풍 : 우와. 서진이보다 너가 더 신기하다.
이현 : 매우 자연스러운데?
준영 : 나한테 원래 저래.
덕재 : 희안하구만.
수아 : 커피 마실래?
지영 : 응.
태풍 : 나도
이현 : 나도
덕희 : 나도오~
덕재 : 나도!
준영 : 나... (눈치보다) 같이 가자.
수아 : 아아 통일!
하며 나간다.
수아 : 오빠는 왜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은거야?
준영 : 음... 연기가 젤 재밌어.
수아 : 왜 재밌어?
준영 : 몰라. 너는 왜 연기를 그렇게 하고 싶어? 괴로웠다며?
수아 : 나도 몰라. 안 하니깐 더 괴로워.
준영 : 서진이 형 커피도 사야겠지?
수아 : 그럼.
준영 : 그런데 서진이형 진짜 글 쓸 줄 몰랐네. 몇 년 전부터 자기가 작품 만들겠다고 노래했는데, 그때는 그냥 헛소리 하나 보다 했는데
걸어가는 두 사람
프린터 되어지는 <배우가 가는 길>
대본을 파일에 고이 넣는 서진
대본을 들고 뛰는 서진.
NA. 이 대본을 쓰기 위해 매우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제 드디어 시작이다.
모두 모여 앉아있다.
서진 : 저보고 작품을 쓰라고 해서 쓰긴 했어요. 봉준호 감독님에게 영감을 받아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썼어요. 배우들이 보면 공감과 힘이 되었으면 해서 글을 썼어요. 또, 우리 팀도 알리고, 대본이 나왔다는 건 100이 끝이라면 1이 나왔다는 걸 의미하는 거 같아요. 뭐 그래도 1이 나왔으니 2,3,4 하나씩 해나가는거죠. 어차피 해도 힘들고, 안 해도 힘들면 하면서 한번 힘들어 보아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번 해봅시다. 아 떨리네.
대본을 나눠주는 서진
서진 : 재미없다고 뭐라고 하지 않기. 자 읽어봅시다. <배우가 가는 길>
지문을 읽는 서진.
리딩을 하는 멤버들.
Na.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연기가 하고 싶었다.
꿈을 꾸었지만 꿈은 꿈속에만 존재하는 거 같았다.
꿈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깨야 한다. 현실 직시를 해야 한다.
땅 위에 온전히 발을 붙인 뒤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 작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안 봐줄 수도 있고,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올라가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하면 내 삶은 지금보다 괜찮아질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미래를 믿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