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가는 길
2018년 9월 이촌동의 한 카페. 영상 스터디로 모인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회의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우리의 이야기로 웹드라마를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한 개의 에피소드 빼고 대본은 완성되었다. 촬영은 5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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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은 없다. 제작진도 없다.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카메라를 잡고 붐을 잡는다. 멤버들은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한다. 알바를 하며 귀한 시간을 쪼개가며 우리의 작품에 힘을 쓰고 있다. 글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고비였다. 35살에 돈이 하나도 되지 않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라는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다. 시간이 걸린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많이 알려지는 건 통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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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로나의 타격으로 또다시 생계의 위협을 느꼈다. 생계가 타격이 오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힘들어진다.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집중하고 있는데, 또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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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배우 지망생에게 DM을 받았다. 나의 글들과 피드를 보며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쪽지를 받고 나 또한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작품이 ‘한 명이라도 이런 힘과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된다.’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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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가는 길>을 준비하고 멤버들과 리딩을 하며 느끼는 건, 비록 배우가 가는 길이 힘들고 고될지라도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는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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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태도는 매우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나는 지금 아주 작은 작품을 대하고 있지만 큰 작품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할 거 같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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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동안 머릿속에 담아뒀던 것이 이제 현실이 되려고 한다. 예전부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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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 출연하겠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걸 구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나아지게 만들 것이다.”
출연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생각의 시작은 현실 직시였다.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경쟁력이 없다 생각했고 그걸 인정했다. 링컨이 한 말이 있다. “느리지만 뒤돌아가지 않는다. 앞을 향해 가고 있다.” 나 또한 나만의 속도로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다. 1년 뒤, 5년 뒤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보다는 나아져있을 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