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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May 10. 2021

과거의 나 자신에게 고맙다.

2019년 3월, 연극동아리 강사로 나가고 있는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더 이상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청난 불안이 몰려왔다. 앞으로 어떡하지? 뭘 먹고살아야 하지? 과연 나는 내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는 것인가? 내 인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나는 뭐 하는 인간인가? 배우라고는 하지만 1년 365중 촬영으로 돈을 버는 일 수는 10일이나 됐을까? 계속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밀고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2년 전에 올린 영상을 오늘 우연히 다시 보았다. 그때가 떠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기복이 왔다 갔다 했던 것이 기억났다. 스스로 '이 시간들은 꼭 필요한 과정이야.' 되뇌고 또 되뇌었지만, 금세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덮쳤고, 희망을 붙잡으려고 애썼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그 희망은 금방 떠나갔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상을 보는데 그 시간의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포기하지 안아줘서 고마웠고, 말한 것들을 지킨다고 애쓰느라 고마웠다. 불안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정신을 붙잡으려고 노력한 나 자신이 고마웠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노력이 바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걸, 이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애쓰지만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는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지금까지 지켜왔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큰 신념 중 하나는 "나아진다는 것"이다. 인생은 절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하며 시간을 채우면 나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걸 믿으며 지금까지 노력했고, 노력이 지금 당장의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돌고 돌아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신념처럼 내 삶은 나아졌다. 앞으로도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내 주변을 이해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이 전에는 내 상황과 내 능력에 대해서 남과 비교하며 불평, 불만도 했지만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 전에 비해 내 삶은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과거의 나 자신에게 고맙다. 글로써 영상으로써 기록해놓았기에 이렇게 한 번씩 되돌아보며 그 시절의 나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초심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어려웠을 때 느꼈던 감정, 다짐들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한 번씩 이렇게 꺼내보며 다시 나의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https://youtu.be/oKVFU_K7A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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