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지 항상 고민이고 어려운 문제처럼 다가온다.
글을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뿐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내가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고민들과, 나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온갖 잡생각을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그대로 써 내려가는 것. 그러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올해부터. 아니 작년부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연애할 기회는 참 많았다.
5년 사귄 남자친구와 관계를 정리하고, 급급한 마음에 비슷한 누군가와 빠르게 연애를 시작했다.
결국 그 관계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고, 나는 또 새로운 인연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인연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코스트코에서 같이 체리를 사던 남자. 서울대생이었던 목사 아들. 바디프로필을 찍었었던 전 직장 동료. 술자리에서 내가 먼저 번호를 딴 친구의 친구. 어느 순간 스며든 동호회 아는 동생. 스노보드를 타다 친해진 솔직한 친구. 나름 가깝게 지냈던 동네 남사친. 몇 개월간 연락하며 지냈던 동호회 오빠. 이렇게 나열하니 꽤 많아 보이지만 결국 제대로 이어진 관계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개팅으로 알게 된 관계는 흥미가 떨어져서 굳이 사귀고 싶은 마음까지는 가지 않았다. 지독한 자만추인가 보다. 소개팅으로 3번까지 만난 사람은 있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면서 끝나버렸다. 그 이유는 굳이 다시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너무 멀리 살기도 했고, 소개팅을 하다 보면 이것저것 재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만나면 외모도, 키도, 학벌도, 직업도 크게 눈에 안 들어왔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냐인데. 그러다 보니 금사빠인 나는 우연한 순간에 내 마음속에 들어오면 온통 나의 모든 것을 주곤 했다.
작년에는 바디프로필을 준비한다며 한참을 강박 속에 살았고, 하루에 3-4시간씩 운동은 기본. 식단까지 철저히 하다 보니 사람 만나기가 참 힘들었다. 나는 괜찮았지만 상대는 술 마시는 데이트도 하고 싶었을 테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뭐, 당시의 나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가느라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났으면 좋을 법한 사람은 있었지만, 그래도 안 만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장거리에 사는 친구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를 차준 그 친구에게 아주 고맙다. 장거리는 나도 자신이 없거든.
이렇게 저렇게 어찌저찌 바쁘게 지내다 보니 2달 간격으로는 끊임없이 사람이 다가오고 멀어져 갔다. 그럼에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나아갈 진지한 관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왜인지 누군가 진지하게 다가오면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먼저 호감을 느껴서 다가가면 상대는 한없이 가벼울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웃긴 건 그렇게 상처를 많이 받았음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은 활짝 열려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기한 일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 지독한 자만추인 나는 우연과 인연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에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그 남자한테 호감이 많이 생겼다. 왜인지 말이 잘 통했다 느껴지고 편했다. 뭐 이제와서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게 되었지만 여행지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낭만과 특별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사실 생각해 보면 길에서 번호를 따이는 것이나, 헬스장이나, 뭐 장소가 그리 중요하다마는. 결국 번호를 물어봤고 주면서 관계를 이어나갈 구실이 생긴 건 마찬가지니 말이다.
5년의 연애를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온전한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게 익숙해졌다. 온전한 나 자신을 보여줬을 때 상대가 그 모습을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모습을 보며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 자신을 전부 보여주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나도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행동해야 했었던 점도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서로가 인연이라면 언젠가 그 실은 이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지 않는다면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겠지.
우연이라는 것에 매달리지 않을 것.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세상에 많은 우연들이 존재하고, 매 순간 우연이라는 선물이 주어지기에 집착하지 않을 것. 그리고 여전히 고민인 부분이지만.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사랑은 어디 있는 걸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환각 같은 걸까. 불꽃처럼 잠시 불타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일까. 사랑은 어떻게 생겨나고 소멸되는 걸까.
누군가를 알아간다면. 진지하게 만나게 될 기회가 있다면. 여전히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상대를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정서적인 교감이 우선시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걸 배제하더라도 정서적으로 온전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섹슈얼한 관계 또한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각과 쾌락에 감정이 고조되어 객관적으로 나와 성격이 맞는 사람인지 판단할 기회를 미루거나 상대를 보는 눈에 필터를 씌우고 싶지 않다. 술을 마시고 고백을 하고 싶지 않듯, 온전히 멀쩡한 정신으로 맑은 마음 가짐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 온전히 나의 모든 마음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을. 항상 꿈꾸며 살아간다.
꽤나 많이 힘든 일 년이었지만 그 안에 배움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더 단단한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 무너질 법한 일이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래. 시도를 하며 새로운 문을 열어갈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모든 일이 처음인 것처럼 머릿속의 잡생각과 두려움을 지워버린 채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언젠가 올바른 사랑을 할 수도 있도록.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와 특별함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의 사랑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