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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Sep 26. 2024

마음을 정리하는 글

상처를 다독이는 방법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이 일상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건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일 수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일 수도, 가깝다 여긴 누군가 나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 살아가다 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삶에 거센 물결이 찾아왔다. 작년 여름, 믿던 사람에게 추행을 당했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사건을 덮기 바쁘더라. 처음에는 용서를 해주고 싶었고, 한때 친구였다는 마음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고 싶었기에 어떻게든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참고 또 참으며 울고 있는 내 마음은 외면한 채 상처받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한 달이 넘게 용서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주변에서는 쉬쉬하기 바빴고, 공론화도 해보았지만 상처는 더욱 커졌다. 그러다 보니 고소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적절차를 밟고 경찰 조사도 받게 되었다. 피해자 신분으로.


피의자로 고소당한 너는 모르겠지. 내가 느꼈던 감정. 모두가 방관하고 가볍게 넘어가려고 했을 때 내가 느낀 부당함. 외면과 소외. 매일을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어. 회사에서도 일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울고 오기도 했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손이 떨려오더라. 그럼에도 너와 나를 동시에 알던 사람 중에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더라.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어. 난 하염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착하게 살아오고, 용서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토록 우유부단한 마음이 진실을 흐리게 만들었어.


최근까지도 그 친구들은 피의자인 너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지내더라. 정말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지 않고 싶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서글프고, 속상하고, 아려와.


증거불충분으로 너는 혐의 없음이 나왔고, 나는 진실을 인정받고 싶어서 이의신청, 재정신청을 해왔어. 엊그제 결과가 나왔더라. 새로운 증거가 없이는 여전히 기각이지 뭐. 이제는 크게 결과가 달라질 거라 기대도 안 해. 너도 이제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겠지.


나도 진실을 외면하고, 피해를 방관하는 사람들은 내 조각난 마음에서 전부 들어내려고 노력하려고. 이게 참 어렵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가 봐. 근데 있잖아.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난 앞으로도 떳떳하게 살아가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보답하며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갈게.


아마 이번이 마지막 이의신청이 될 거지만 난 이제야 비로소 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때로는 혐의와 진실이 관계가 없다는 것도,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도 사과에 진정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느지막이 깨닫게 되는 요즘이지만 너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 싶어.


전부 다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단단하게 잘 살아가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있겠니. 그러니까 미경아. 잘 살아가자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너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또다시 만날지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믿어주며 삶을 놓지 않고 지켜내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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