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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Oct 14. 2024

계절의 끝

여름이 끝나갈 즈음

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매번 사랑을 끝맺음할 때즈음이면 가슴의 통증을 느낀다. 눈물을 한껏 쏟아내 보지만 불안감은 가시지를 않는다. 여전히 마음은 쓰라리고 팔은 저려온다. 사랑은 어쩜 매번 이렇게도 똑같은 아픔을 주는지.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여러 번 겪어도 이별은 매번 새롭다. 생전 처음 겪는 일처럼 숨이 막혀오는 듯 나를 아프게 만든다.


그를 만난 건 무려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인가 내 일상에 침투했나 보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내 삶에 스며들게 된 것이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이토록 빨리 관계를 놓아버린 나 역시 수차례의 상처가 반복되며 쉽게 누군가를 놓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보다. 몇 번이고 소중하게 지키고자 했던 관계가 부러진 후에 겪는 후유증인가 보다.


지난밤에는 머릿속이 온통 복잡했다. 더 이상 만나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나는 상처가 되는 말을 그에게 전부 쏟아내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그를 내 일상에서 밀어내는 게 아쉽고 슬퍼서 계속해서 울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감정을 쉽게 놓아버리는 사람이 되었던 걸까. 미래가 그려지지 않으면 빠르게 관계를 벗어나는 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을까.


아무튼 새벽 두 시까지 울다 지쳐 잠에 들었고, 정오가 되었을 때는 더더욱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이대로 끝내는 것이 맞는 걸까. 노력해 보는 것이 맞는 걸까. 여전히 정답은 알 수가 없다.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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